회고록서 故 조비오 신부 비난
사자명예훼손 혐의 놓고 '공방'
[ 박종서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88·사진)이 11일 23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또다시 법정에 선다. 2017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적어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다.
광주지방법원은 전 전 대통령의 재판을 이날 오후 2시30분 시작한다. 재판의 쟁점은 회고록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취지로 쓴 내용이 허위 사실인지와 전 전 대통령이 허위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도 조 신부를 비판했는지다. 사자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할 때 성립되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전 전 대통령이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취지로 책을 쓴 것이 재판부에서 허위 사실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와 검찰 조사 등은 헬기 사격이 실제 있었다고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특조위 조사에서 광주 전일빌딩 리모델링을 앞두고 건물 10층 외벽 등에서 외부에서 날아든 탄흔이 다수 발견됐으며 호버링(항공기 등이 일정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은 상태)하던 헬기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감정했다. 검찰도 미국대사관 비밀전문에 시민을 향해 헬기 사격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와 실제로 헬기에서 총격이 이뤄졌다는 기록을 확인했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헬기를 이용한 기총소사까지 감행했다는 등 차마 말로 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이야기들이 더해져 전해지고 있다”며 “헬리콥터의 기총소사에 의한 총격으로 부상한 사람들을 목격했다는 진술도 터무니없는 주장임이 당시 항공단장의 진술로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인 목사라는 피터슨이나 조비오 신부나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라고 썼다.
재판에는 부인인 이순자 여사가 피고인석에 함께 앉는다. 이 여사는 전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며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석을 신청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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