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관 전망치 낮추는데
靑, 저성장 국가와 비교해 낙관
이태훈 경제부 기자
[ 이태훈 기자 ]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미국 다음으로 2위였고 올해는 미국과 공동 1위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청와대가 10일 낮 12시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달 들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한 상황에서 ‘뜬금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는 성장률 순위를 언급하며 단서를 하나 달았다. ‘30-50클럽’을 대상으로 매긴 순위라는 것이다. 30-50클럽은 인구 5000만 명 이상이고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달러 이상인 국가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등 7개국뿐이다. 다른 나라의 30-50클럽 가입 시기는 199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다. 한국은 작년에 처음 조건을 충족했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지 20년 정도 돼 저성장이 고착된 국가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한 경제학자는 “재산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2억원 불린 사람이, 100억원에서 101억원으로 늘린 사람을 보고 왜 1억원밖에 못 늘렸느냐며 우쭐해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청와대가 실상과는 거꾸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선전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12월에는 페이스북에 “11월 취업자 수가 16만5000명 증가해 5개월 만에 10만 명대 증가세를 회복한 게 눈에 띈다”고 썼다. 2017년만 해도 월평균 31만명씩 늘던 취업자 수가 반토막 났는데도 ‘고용 개선’을 주장해 역풍을 맞았다. 취업자 수가 바로 다음달인 12월 3만4000명, 올 1월 1만9000명으로 급감하자 청와대는 아예 입을 닫았다.
경기가 악화하고 서민 삶이 팍팍해진다는 지표가 나올 때는 침묵하다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으면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페이스북 관리자’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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