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어트 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 반영
농심이 지난달 9일 출시한 신라면건면이 한 달간 약 800만 개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라면의 핵심인 국물 맛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칼로리를 확 줄인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 신라면은 어떤 라면? "매운 맛 원조"
농심 관계자는 11일 신라면건면을 제대로 알려면 신라면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라면은 1986년 10월 출시된 농심의 대표 라면으로 1985년 라면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선 농심이 독주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개발됐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은 당시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한 소고기 장국으로 깊은 맛과 매운 맛이 조화를 이룬 라면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 농심 연구원들은 전국에서 재배되는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매운 맛을 실험했다. 하지만 단순히 고춧가루에서 비롯되는 매운 맛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매운 맛을 좀 더 감칠맛 나게 만드는 다진 양념(일명 다대기) 연구를 통해 한국인이 선호하는 소스 배합 비율을 찾아냈고 실험용 면발만 200여 종류를 만들었다.
신라면은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세 달 만에 3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했고 이듬해인 1987년에는 180억원을 웃도는 매출을 올렸다. 1991년 라면시장 1위에 올라선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2위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으며 연간 국내외 매출은 7200억원 수준에 내년이면 30년 째 시장 1위를 유지한다.
하지만 라면 시장 2위인 오뚜기의 상승세가 매섭다. 지난해 연말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1명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진라면 선호도는 2013년 5위에서 2018년 2위로 뛰었다. 1위인 신라면과 2위 진라면의 점유율 격차는 2~3%포인트 차로 급격히 줄었다.
▲ 신라면건면 "회장님도 OK"
농심은 오뚜기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2년 넘게 '신라면 light'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신라면 고유의 맛과 건면의 깔끔함을 동시에 잡기 위해 면, 스프 별첨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신라면화' 하는 데 집중했다.
농심이 신라면건면 개발 과정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이 바로 '국물 맛'이다. 면이 바뀌면 국물 맛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 이를 위해 고추와 마늘, 후추 등 다진 양념과 소고기 엑기스를 최상의 조합으로 배합하는데 집중했고 표고버섯의 크기도 키웠다.
신라면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350kcal에 불과한 저칼로리라는 점이다. 다이어트 때문에 라면을 먹지 않던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건면은 회장님도 맛보고 있는 제품"이라며 "신라면이 그랬던 것처럼 신라면 건면도 저칼로리를 무기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신라면건면을 맛본 소비자들은 "냄새는 분명 신라면이 틀림없다", "신라면 보다 확실히 담백하고 덜 맵다. 아쉬운 점은 양이 얼마 안 되는 느낌", "신라면 맛이 분명히 나는데 칼로리가 낮아져서 훨씬 좋다. 건강에도 더 좋을 것 같다", "건면이라 그런지 끓일 때 생각보다 잘 안 익지만 맛은 확실히 깔끔하고 면발이 쫄깃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라면 건면의 돌풍은 농심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농심 주가는 연초 이후 11.15% 올랐다. 실적도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3사 이상의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농심은 올해 연간 매출액 2조3721억원, 영업이익 1093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대비 매출액 6.1%, 영업이익 23.3% 증가한 수치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 소장을 맡고 있는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신라면의 핵심 역량은 면발에 있지 않고 국물에 있다"며 "신라면 건면의 시장 반응이 좋은 이유는 맛은 그대로인데 칼로리를 줄여 젊은 여성들과 아이 엄마들의 요구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출시 가능성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현재 공장을 풀가동해도 물량을 맞추기 힘든 수준"이라며 "장기적으론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어 신라면과 신라면건면 중 무엇이 더 맛있냐는 질문에는 "배고플 땐 신라면이 맛있고 밤에 야식이 생각날 땐 신라면건면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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