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소속 군인이 보이스피싱 용의자 검거를 도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8일 진해기지사령부 항만방어전대 소속 김동욱(36, 사진) 중사는 휴대폰으로 ‘대출상품 권유’ 전화를 받았다. 대출상담사라고 본인을 소개한 보이스피싱 용의자는 “통장 입 출금 실적을 높이면 소득으로 인정돼 높은 한도로 대출이 가능하다”며 “고객님의 통장으로 돈을 입금하면 현금 인출해 우리에게 다시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회유했다.
김 중사는 단순한 보이스피싱 전화인 것을 알아챘지만,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면 또 다른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 중사는 조직원에게 “대출이 정말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관심을 보인 후 “금요일인 관계로 주말에는 은행업무가 어려우니 월요일에 다시 통화해 자세한 내용을 알려달라”며 상대가 계속 전화하게 만들었다.
다음날 김 중사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통장사본, 신분증 등 개인인적사항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 김 중사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상황이었으나 조직원을 검거해야겠다는 판단에 본인의 인적사항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제공해 자신을 믿도록 만들었다.
12일 오전 김 중사는 진해경찰서 지능범죄 수사팀을 방문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이날 오후 조직원과 접촉하기로 한 사실을 경찰에게 알려줬다. 김 중사와 함께 조직원을 검거하기로 결정한 경찰은 형사 4명과 함께 김 중사 휴대폰으로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며 범인 검거에 나섰다.
이날 오후 김 중사의 통장으로 9000만원이 입금됐다. 조직원은 김 중사에게 일단 가까운 은행에서 돈을 모두 수표로 찾고서 다른 은행 두 곳에서 5000만원과 4000만원씩 나눠 5만원권 현금으로 바꾼 뒤 연락을 달라고 했다.
현금 교환을 마친 김 중사는 조직원으로부터 현금을 건네받을 사람과 만날 장소와 시간, 인상착의, 이름 등을 전달 받았고 이를 형사들에게 전달했다. 최종 만남 장소에서 김 중사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던 조직원은 현장에 잠복 중이던 형사들에게 검거됐다.
김 중사의 통장에 입금된 9000만원은 남편과 사별한 뒤 보험금을 받은 한 중년 여성분이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입금했던 돈으로 확인됐다.
김 중사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검거의 공로로 받은 포상금 30만원을 해군 장병의 유자녀들을 위해 운용되는 ‘바다사랑 해군 장학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 중사는 “부대에서 받았던 사고예방 교육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더욱 사명감을 가지고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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