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미세먼지 뿌리고 공기청정기 팔아먹는 중국

입력 2019-03-12 09:05   수정 2019-03-1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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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미세먼지로 국민 감정 악화일로
중국산 미세먼지 관련 제품 선호 현상
공기청정기·미세먼지 마스크·측정기 '불티'
이성적·합리적 소비 지향…가성비 선택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분노가 소비로 해소되는 모양새다. 중국을 향한 국민 정서가 악화되는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은 중국산 미세먼지 관련 제품에 손을 내밀고 있다. 병을 옮긴 이에게 약을 사는 격이다.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커지자, 대통령까지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중국발 미세 먼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의하라는 긴급지시를 내렸다. 중국은 부정하고 있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유입의 가장 큰 요인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자국 책임을 일축하면서 반중감정을 더 키웠다.

하지만 감정과 소비는 별개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중국산 미세먼지 관련 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실제로 미세먼지 관련 가전제품의 해외 직구 금액은 대폭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가전·전자·통신기기 온라인 판매액은 1조5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8536억원에서 24.1% 늘었다. 공기청정기 등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제품 위주로 판매량이 늘어난 결과다.

눈여겨볼 점은 해외 직구로 구입하는 공기청정기 대부분이 중국산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인들이 온라인으로 해외 직구한 가전·전자·통신기기 4422억원어치 중 33%(1327억원)가 중국산이었다. 공기청정기 등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중국산 소형가전 위주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상에서도 확인된다.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에서 공기청정기 인기상품(11일 기준) 순위를 보면 샤오미 제품이 2위와 7위에 올랐다. 미세먼지 측정기 순위에서도 샤오미 제품이 1위다.



아이러니하다. 국내 소비자들은 왜 중국에서 온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상황에 중국에서 온 제품을 택했을까. 국산 제품도 많은데 말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소비에 감정을 불어넣지 않았다. 철저히 이성적, 합리적이었다. 이들은 중국산 제품을 산다기보다 가성비 높은 제품에 돈을 썼다는 데 의미를 뒀다. 공기청정기의 경우 LG전자의 퓨리케어가 50만~100만원, 삼성전자의 블루스카이도 20만~50만원대다. 샤오미 '미에어2'는 10만원대다. 직구로는 10만원 밑으로도 살 수 있다. 게다가 성능도 나쁘지 않다.

미세먼지 마스크도 마찬가지다. 중국산 제품은 6개월 동안 쓸 수 있는 외피를 1만원정도 가격에 사면 일회용 필터를 1개당 1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처음엔 다소 비싸지만 장기적으로 쓰면 이득인 셈이다. 사지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중국산 제품을 찾는 이유는 또 있다. 중국이 세계 최악의 미세먼지 국가라는 점이다. 중국은 미세먼지 피해를 많이 겪다보니 제품 개발면에서 남다른 노하우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이는 틀린 말도 아니다. 일본이 수많은 지진 피해를 경험하며 선진 내진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다. 미세먼지가 일상으로 스며들었단 의미다. 중국은 2~3년 내 석탄발전소 464기를 추가로 증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우려가 커졌지만, 중국은 미세먼지 특수를 누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미세먼지 차단을 위한 새로운 제품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중국의 큰 그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섬뜩하게 들리는 이유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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