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차주'들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규제 강화로 제2금융권 대출이 까다로와져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와 비제도권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상호금융·보험·저축은행·여전사 등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1조3000억원 감소해 전년 동월(2조4000억원 증가) 대비 3조7000억원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신용대출 포함)은 4000억원 증가를 나타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9000억원 줄었다. 제2금융권의 기타대출은 신용대출과 비신용대출인 보험계약대출, 카드론, 오토론 등으로 구성돼 서민들의 급전 조달처로 간주된다.
지난해 2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이어 금융당국이 지난해 은행권에 적용한 건전성지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올 2분기 2금융권에도 도입할 계획이어서 저신용자 대출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DSR은 대출자가 1년 동안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대출자의 종합적인 부채상환 능력을 평가한다. 신용대출과 자동차할부금, 카드론, 오토론 등 모든 종류의 부채를 포함한다.
저축은행들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창구를 닫고 있는 추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 1월 가계신용대출 취급액 3억원 이상 저축은행 31개사 중 신용등급 9등급과 10등급 저신용자를 취급한 곳은 각각 6곳, 3곳에 불과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당시보다 각각 4곳, 2곳이 줄었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금리는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이 같은 혜택을 누린 저신용등급 차주는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월평균 7등급 이하(7~9등급) 저신용 차주 수는 1만3100명으로 전년(1만3900명) 대비 5.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의 대출길이 점차 막히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내리면 대출문턱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조금 더 신용이 높은 사람, 연체 위험이 낮은 사람에게 대출을 허락해주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취약차주들이 제도권 금융사로부터 외면 받는 '금융 소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서민금융기관의 대출금리가 인하되면 그만큼 금융사의 대출문턱도 상향 조정되는 효과가 있다"며 "지난해 말 기준 소득 1분위 차주의 대출잔액이 전년 대비 14.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상환 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 및 고령층 대출과 경기 및 부동산 시장 환경에 민감하고 규모 파악도 불투명한 자영업자 대출은 위험계층으로 분류된다"며 "향후 부동산 시장 조정과 금리 상승 시 취약계층의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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