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거 사들인 외국인
반도체값 이상기류에 매수세 주춤
[ 마지혜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 초 급반등하면서 삼성 계열사에 분산투자하는 삼성그룹주 펀드가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지난해 하반기 약세장에서 크게 떨어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높아진 삼성전자를 연초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사들인 영향이다. 최근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심상치 않고 실적 전망도 어두워지면서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가 주춤해졌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 불확실성이 당분간 높을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다만 삼성그룹주 펀드의 업종별 분산투자 효과, 삼성전자의 재반등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면 장기 분산투자를 고려할 만하다는 조언이다.
연초 급등 뒤 ‘숨 고르기’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삼성그룹주 펀드 25개는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평균 6.34%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532개의 평균 수익률(5.56%)을 0.78%포인트 앞섰다.
상품별로는 ‘TIGER 삼성그룹펀더멘털’ 상장지수펀드(ETF)가 연초 이후 8.04%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렸다. 액티브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가장 큰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호펀드’는 이 기간 5.94%(C5형 기준)의 수익을 냈다. 삼성전자(19.40%), 삼성SDI(10.24%), 삼성전기(10.06%), 삼성물산(7.82%), 삼성SDS(6.11%) 등을 많이 편입하고 있다.
삼성그룹주 펀드의 성과는 펀드 내 비중이 가장 큰 삼성전자 주가 흐름과 함께 움직였다. 경기 침체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지난해 말 폭락한 삼성전자를 외국인은 올 들어 2월 말까지 2조882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차전지 관련 성장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SDI, 스마트팩토리와 클라우드 등 정보기술(IT) 서비스 4대 전략사업으로 성장을 꾀하는 삼성SDS도 연초 기업가치를 높이면서 펀드 성과에 일조했다.
하지만 3월 들어 지난 8일까지 5거래일간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152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3만8250원에서 2월 말 4만6400원까지 두 달간 21.31% 급등했다가 이달 들어 주춤하면서 지난 8일 4만4450원에 마감했다.
흔들릴 때가 매수 타이밍?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사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8조5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44% 낮다. 3개월 전 추정할 때는 14조1400억원이었지만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에 삼성전자 실적의 관건인 반도체부문 이익이 추가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적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불확실성이 걷힐 하반기 이후를 고려하면 주가가 약세일 때를 매수 시점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많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1분기 반도체 업종 영업이익이 하향 조정되고 있어 1분기는 주가 불확실성이 높다”면서도 “서버향 반도체 주요 고객사가 3월부터 매수를 재개하고 2분기엔 주문을 정상화할 것이란 의사를 전달하는 등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5G(5세대) 이동통신,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하반기부터 선제적으로 메모리 재고 축적을 시작할 전망”이라며 “삼성전자 실적은 2분기 바닥을 찍고 점차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3.2%에 달하는 배당수익률, 올 하반기 주주환원정책 강화 가능성 등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삼성SDI도 1분기 실적은 저조하겠지만 연간으로는 성장성이 크다는 분석에 전문가들은 무게를 싣고 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SDI의 전기차용 2차전지 매출은 작년보다 68% 늘어난 2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2차전지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들어간 점을 고려하면 주가 조정 시기를 매수 시점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룹주펀드를 통해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에 투자하는 것의 강점은 분산 효과다. 삼성그룹주 펀드는 IT, 바이오, 금융 등 다양한 업종의 종목을 담고 있어 투자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가 있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는 업종 1등주가 많아 변동성 장세에서 덜 흔들린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효찬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는 “연초 삼성전자, 삼성SDI 등의 주가가 반등했지만 회사 경쟁력과 내재가치를 고려하면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며 “삼성그룹주 펀드는 삼성그룹주의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해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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