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주총 현대차 우군 대거 확보
대신지배硏·서스틴베스트도 지지
[ 도병욱 기자 ]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오는 22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 배당안에 찬성하라고 12일 권고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안한 배당안에는 반대했다. ISS와 함께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루이스는 이미 회사 측 안건(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노조도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 비판
외신에 따르면 ISS는 엘리엇이 제안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배당안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은 현대차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 현대모비스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회사 측이 제시한 배당액(현대차 주당 3000원, 현대모비스 주당 4000원)과 차이가 크다.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액은 총 7조원에 달한다. ISS는 “회사가 엘리엇이 요청한 특별 배당을 지급한다면 향후 연구개발(R&D) 투자에 따른 자본금 요건을 충족시키기 빠듯할 것”이라며 “(주주들은) 경영진의 제안에 찬성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서는 경영진과 엘리엇 의견을 조금씩 수용했다. 현대차 사외이사 추천 후보로 회사 측이 제안한 후보 중 1명(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엘리엇이 추천한 후보 중 2명(존 리우 전 중국 완다그룹 최고운영책임자,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밸러드파워시스템 회장) 선임에 찬성했다. 현대모비스 사외이사와 관련해서는 이사회 추천 후보 2명과 엘리엇 추천 후보 2명을 모두 선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지난 10일 배당 안건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회사 측 의견에 찬성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와 서스틴베스트도 이날 엘리엇의 배당 제안이 과도하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현대차 노조도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노조는 “지난해 현대차는 사상 최대 경영위기에 빠졌는데 엘리엇은 주당 2만1967원의 배당을 요구하고 있다”며 “헤지펀드 특유의 ‘먹튀’ 속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대차 주주들이 엘리엇의 먹튀 배당 요구를 거부할 것을 정중히 촉구한다”며 “현대차는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경영정상화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이사회 보강하는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이날 이사회 보강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외 전문가를 중심으로 80여 명의 ‘사외이사 풀(후보군)’을 구성해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분야의 최고 인재를 그룹 계열사 사외이사진으로 계속 충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 주총을 통해 글로벌 자본시장 인재를 사외이사진에 충원할 것”이라며 “정보통신기술(ICT)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진에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위원장을 사내이사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서 최은수 사외이사(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변호사)로 교체했다. 이사회를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해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 5명(현대차 3명, 현대모비스 2명)에 대해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차그룹은 입장자료를 통해 “로버트 랜들 매큐언 사외이사 후보(현대차)와 로버트 앨런 크루즈 후보(현대모비스)는 회사의 경쟁업체 또는 거래업체에 근무 중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큐언 후보는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해 생산하는 캐나다 업체 밸러드파워시스템 회장이다. 수소전기차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는 현대차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크루즈 후보는 중국 전기차업체인 카르마에서 일한다.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다른 엘리엇 추천 후보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그룹 관계자는 “엘리엇이 제안한 후보들이 사외이사가 되면 엘리엇 입맛대로 배당 확대와 무리한 경영 자료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안정적인 기업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ISS가 일부 엘리엇 추천 사외이사에 찬성한 데 대해 “이해상충 등의 문제를 간과한 것 같아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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