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 "추나요법 건보 적용…근골격계 환자 반값 혜택"

입력 2019-03-13 17:27  

독립운동가였던 先親 영향
한의학 전통 치료법 복원
1995년 정식 과목으로 채택



[ 이지현 기자 ] “어렵게 낳아 키운 자식 장가보내는 심정입니다.”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사진)은 다음달부터 추나 치료가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포함되는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추나 치료는 한의사가 손이나 보조기구 등을 이용해 환자의 어긋나거나 삐뚤어진 뼈와 관절, 뭉치고 굳은 근육과 인대를 밀고 당겨 치료하는 한방 수기 치료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근골격계 환자가 한방병원, 한의원에서 추나 치료 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행정예고를 거쳐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다음달부터 환자들이 혜택을 받는다. 신 이사장은 “근골격계 통증 질환이 있는 환자가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추나 치료를 받은 뒤 비용의 50%만 내면 된다”며 “지금보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을 것”이라고 했다.

신 이사장은 국내 추나 치료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그는 1982년 경희대 한의대에 수기요법 연구회를 구성했다. 일제시대 한의학 말살 정책으로 사라진 한의학 전통 치료법을 복원하기 위해서다. 이후 신 이사장은 추나학회를 정식 한의학 분과학회로 인정받고 99가지 추나 기술을 모아 《한국추나표준지침서》를 펴냈다. 1995년 한의대 수업용 교재인 《한국추나학》을 냈고 이를 계기로 추나는 한의대 정식 과목으로 채택됐다. 추나 치료가 널리 활용되면서 수술 중심의 척추 시장은 비수술 중심으로 전환됐다.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의사는 물론 한의사들조차 치료 결과를 믿지 않았다. 그때마다 신 이사장은 표준화·과학화에 집중했다. 해외 학회에 논문을 내며 환자 치료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국내에서 사라진 치료법을 되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30년간 노력했다”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독립운동을 한 집안의 혈통 덕에 계속 이어올 수 있었다”고 했다. 신 이사장의 부친인 청파 신현표 선생은 일제시대 만주에서 조직된 항일 무력 독립운동 단체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렀다. 부친의 정신을 이어받은 신 이사장은 독립운동 유공자들의 척추 건강을 지키고 있다.

신 이사장이 어렵게 발굴한 추나 치료는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해 미국 의사 7000명이 모이는 콘퍼런스에서 추나와 동작침을 시연했다”며 “논문으로 증명된 데다 근거 있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해외 의과대학 등에 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근골격계 질환뿐 아니라 순환기, 내장기, 여성 질환 등으로 건강보험 혜택 범위를 넓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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