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많이 오른 곳, 매매 보다 '증여' 많았다

입력 2019-03-14 09:35  

양지영R&C연구소 발표 "부자들, 파는 대신 증여 선택"
서울 집값 상승률 1위 영등포, 325건 거래 중 증여 198건(61%)




부자들이 아파트를 파는 대신 증여로 돌아섰다. 특히 집값이 많이 상승한 지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아파트 공시가격 발표를 앞두고 아파트를 파는 것보다 증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R&C 연구소가 한국감정원의 지난 1월 아파트 거래원인별 아파트 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곳은 영등포구였다. 영등포구에서 거래된 325건의 아파트 중 증여가 198건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전체 거래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송파구, 마포구, 은평구, 용산구 등이 뒤를 이었다. 송파구로 631건 중 318건으로 50%가 증여에 해당됐고 마포구는 141건 중 증여가 차지하는 건수가 69건으로 49%의 비율을 보였다. 은평구는 전체 거래 515건 중 증여가 244건(비율 47%), 용산구는 66건 중 27건(41%), 강동구는 175건 중 71건(41%), 양천구 155건 중 50건(32%) 등이 순이었다. 강남구는 308건 중 증여가 80건으로 26%로 의외로 낮은 순위를 보였다.

증여가 많았던 지역은 최근 1년간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이었다. 다주택자들이 매매를 통해 양도세를 내기 보다는 증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KB시세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영등포구로 17.58%가 올랐다. 동작구가 17.22% 상승했고 양천구(15.95%), 용산구(15.34%), 강남구(15.05%), 성동구(14.80%) 등도 급격히 올랐다.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 매매 거래는 감소하는 반면 증여는 증가하고 있다. 올들어 증여추세는 가파른데다 서울에서 증여는 더욱 눈에 띈다.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매매는 3만1305건으로 지난해 연말 3만3584건보다 6.8%가 감소했다. 반면 증여는 지난해 연말 5776건에서 올해 1월 5841건으로 1.1%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는 2380건에서 1889건으로 20.6%가 줄어든 데 비해 증여는 1205건에서 1511건으로 25.4%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지난해 연말 대비 올해 1월 증여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서대문구였다. 1건에서 26건으로 2500%가 증가했다. 다음으로 영등포구가 20건에서 198건으로 890%, 은평구는 67건에서 244건으로 264%, 송파구는 120건에서 318건으로 165% 등의 순으로 증가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증여가 크게 증가하는 이유는 4월에 있을 공시가격 인상과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올해 새로 시행되는 부동산 관련 개정 세법으로 인해 세금 부담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증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보유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지만 양도세 중과로 팔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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