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력 없는 인사 영입
현재로서는 막을 방법 없어
금융사 임원 선임 요건 필요
[ 강경민/하수정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은 최근 금융 경력이 전무한 청와대 전직 행정관들이 잇따라 금융권 요직으로 선임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윤 원장은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부적격자들이 금융회사로 오는 것에 대해 솔직히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며 “바람직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2기 청와대 비서진 개편 이후 전직 행정관들이 잇따라 금융사 및 금융유관기관 요직에 선임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국내 은행들이 출자해 설립한 구조조정 전문기관인 유암코는 지난 13일 상임감사로 금융 경력이 전무한 여당 당직자 출신인 황현선 전 청와대 행정관을 내정했다. 앞서 메리츠금융지주도 금융 경력이 없는 한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브랜드전략본부장(상무)으로 선임했다. 지난해 말엔 3선 국회의원인 정희수 전 의원이 보험연수원장으로 임명되는 등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윤 원장은 “(이런 현상을) 현재로선 막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내에선 아직까지 금융사 임원 선임에 필요한 요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외국 사례처럼 국내에서도 먼 훗날엔 이런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윤 원장은 이날 공개한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금융사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사외이사들과의 지속적인 면담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차기 KEB하나은행장 후보군 선정 권한을 가진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속한 사외이사들과 만나 함영주 행장의 3연임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결국 함 행장은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은행장 3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함 행장의) 법률 리스크를 잘 따져봐야 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을 한 것”이라며 “감독기구로서 리스크에 우려를 나타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촉구하는 것은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놓고 금감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에도 쓴소리를 했다. 윤 원장은 “대형 보험사들이 모범을 보여줘야 하는데 만족스러운 행동을 보이지 않아 고민이 많다”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니 나름의 교류를 통해 의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삼성생명 등 보험사를 다음달 부활하는 종합검사의 첫 번째 타깃으로 선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윤 원장은 “이 문제만으로 종합검사 대상을 선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융소비자 보호가 부족하고 민원이 많은 금융사를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금감원 주요 추진 과제로 내세웠던 금융사 노동이사제에 대해선 “도입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느낌”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그는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거수기라는 비판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입이 필요하다”면서도 “아직까지 사회적 수용 정도가 높지 못해 천천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올해 불공정 거래를 잡기 위한 현장조사권과 영치권(자료 압류 권한) 확보를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에 특별사법경찰 지명을 요구한 데 이어 실효성 있는 조사 수단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금감원은 올해 불공정 거래 중 공매도와 고빈도매매, 허위공시에 대한 불법 사례를 집중 조사하고 무자본 인수합병(M&A)과 관련된 회계분식 위험기업을 감시하기로 했다.
강경민/하수정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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