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 중저가 아파트도 공시가격 급등 단지 '속출'

입력 2019-03-15 17:52  

20~30%↑…稅 부담 커져


[ 서기열/선한결/양길성/윤아영 기자 ] 정부가 전체의 2.1%에 해당하는 공시가격 9억원 초과(시세 12억원)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안)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2억~4억원대 아파트 공시가격도 20~30% 급등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동북권(노원구·도봉구·강북구)과 서남권(금천구·관악구·구로구) 아파트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한국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의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를 조회한 결과 동북권과 서남권에서 공시가격(전용면적 84㎡, 10층 기준)이 20~30% 상승한 사례가 속출했다. 강북구 미아동 송천센트레빌(2010년 입주)은 공시가격이 지난해 4억1200만원에서 올해 5억4000만원으로 31% 급등했다. 구로구 구로동 신도림태영타운의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24.6% 뛴 4억7600만원을 기록했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청구3차 공시가는 5억6200만원으로 22.2% 올랐다.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 1차는 18.8% 상승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공시가격 상승률은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도 포함하고 있어 낮게 나왔다”고 말했다.


공시價 쇼크…미아 송천센트레빌 31%·번동 주공1단지 25% 올라

공시가격 9억원(시세 12억원) 초과 고가주택의 공시가격을 집중적으로 올렸다는 취지의 정부 설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중산층이 많이 거주하는 공시가격 6억원(시세 9억원) 초과 아파트뿐 아니라 공시가격 2억~5억원대 중저가 아파트 공시가격도 대폭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구내에서도 상승률이 들쑥날쑥한 사례가 많았다. 이의신청이 봇물을 이룰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시가격, 시세상승률의 두 배 육박

15일 한국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의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를 통해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동북권(노원·도봉·강북)과 서남권(금천·관악·구로구) 6개 구에서 10개 단지(전용 면적 84㎡, 10층 기준)씩 뽑아 총 60개 단지의 공시가격을 분석한 결과 공시가격이 20% 넘게 오른 단지가 속출했다. 강북구가 평균 20.7% 올라 상승률이 가장 컸다. 구로구(18.7%), 노원구(12.9%)가 뒤를 이었다. 관악구(9.7%), 도봉구(9.6%), 금천구(9.4%) 등은 10%에 육박했다.

이들 아파트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해당 자치구별 공동주택 전체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보다 높다. 전체 상승률은 강북구 10.3%, 구로구 11.6%, 노원구 11.4%, 도봉구 8.8%, 금천구 7.5% 등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평균은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다세대주택을 포함한 숫자”라며 “연립·다세대주택보다 아파트의 상승률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또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시세 상승률보다 두 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세 12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에 대해선 시세 변동률 이내로 공시가격을 산정했다”는 국토부의 설명과 모순된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지난해 1년 아파트 시세변동률은 강북구 6.8%, 구로구 5.7%, 노원구 3.3% 등이다.

같은 단지에서도 들쑥날쑥

개별 단지별로 살펴보면 강북구에선 공시가격 2억~3억원 수준 단지 상승률이 강남권 아파트 수준으로 높이 뛴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미아동 ‘송천센트레빌’은 공시가격이 5억4000만원으로 31% 급등했다. 번동 ‘번동주공1단지’ 공시가격은 작년 2억4300만원에서 올해 3억300만원으로 24.7% 급등했다. 우이동 ‘우이대우’는 2억4300만원에서 3억원으로 23.5% 오른다. 이 단지들은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이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전용 107㎡의 상승률(23%)보다 높다.

노원구 ‘중계청구3차’ 공시가는 올해 22.2% 올랐다. 작년엔 4억6000만원이었으나 올해 5억6200만원으로 1억원 이상 뛰었다. 금천구에서는 지난해 4억1400만원이던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1차’가 4억9200만원으로 18.8% 뛰었다.

같은 구에서도 동·단지별 상승률이 들쑥날쑥했다. 구로동 ‘구로롯데’ 공시가격은 지난해 3억5500만원에서 올해 4억3900만원으로 27.0% 뛰었다. 같은 구로구지만 고척동 ‘파크푸르지오’는 4억2400만원에서 4억7900만원으로 13.0% 오르는 데 그쳤다.

3억8200만원이던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공시가격은 4억4400만원으로 16.2% 올랐다. 반면 신림동 ‘삼성산주공3단지’ ‘임광관악파크’는 각각 3.7%, 0.3% 오르는 데 그쳤다.

집값은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 공시가격만 오른 단지도 있다. 신림동 ‘금호타운1차’ 공시가격은 지난해 2억4600만원에서 올해 2억8100만원으로 14.2% 올랐다. 그러나 이 단지는 지난해 1월과 9월 모두 3억8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시세 상승분만큼 공시가격을 올렸다는 국토부 설명과 배치된다.

“과세 신뢰성 떨어질 우려”

정부가 설명한 공시가격 산정 원칙이 부정확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과세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작년에 집값이 많이 오르자 정부가 다주택자, 고가 주택 소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시세 인상분을 다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에 변동폭이 큰 시세를 바로 반영하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공시가격이 무차별적으로 오르면서 이의 신청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단지에선 불만이 높은 소유자들이 모여 단체로 항의하며 이의신청을 할 수도 있다”며 “국토부가 공동주택의 특성상 이를 모두 반영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소유주와 마찰이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기열/윤아영/선한결/양길성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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