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올해 주주총회에 나타난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의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이사회 개방성을 끌어올리며 주주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결정을 내련 반면 삼성그룹은 그렇지 못하다는 판단이다.
김 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주총에서 두 회사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을 이 같이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그룹과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표 대결은 주총에서 주주들의 선택으로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현대차는 자신의 시각보다는 사외이사 후보를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할지 고려해 제안했다는 점에서 과거 한국 기업보다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그룹과 엘리엇이 선정한 후보를 개별적으로 본다면 모두 충분한 자격을 갖춘 후보"라고 평가했지만, 현대차그룹의 제안은 이사회 견제, 감시라는 사외이사의 기능을 한층 더 강화하는 선택이라는 의미로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주총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변화는 한국 자본시장의 비가역적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평가했다.
현대차·현대모비스와 엘리엇은 사외이사 선정에 이견을 보이며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윤치원·유진오·이상승 씨를, 엘리엇은 존 리우·마거릿 빌슨·로버트 랜들 매큐언을 추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칼 토마스 노이먼·브라이언 존스를, 엘리엇은 로버트 앨런 크루즈·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등을 추천하며 맞붙은 양상이다.
반면 삼성그룹이 사외이사 등과 관련해 시장과 한 소통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이해하지만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이들을 다시 사내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며 "법률적으로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기존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 등 사정은 이해를 하지만 시장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노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가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기로 한 김동중 경영자원혁신센터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분식회계 당시 경영지원실장이자 재무담당 책임자였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말 삼성바이오를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김태한 대표이사와 김동중 센터장의 해임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법원에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내 받아들여진 상태다.
삼성바이오는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인 정석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와 권순조 인하대 생명공학과 교수의 감사위원 재선임을 안건으로 올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국정농단 사태에 더해 삼성바이오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지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삼성은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그룹과 엘리엇의 배당 이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모든 의결권자문행사기관이 배당안건에 관해 회사 측에 찬성했다"며 "엘리엇이 너무 무리한 카드를 내놨다고 시장에서 평가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현대차·현대모비스는 엘리엇과 배당에서도 대립하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1주당 2만1976원(총 4조5000억원)의 배당을 제안했지만 현대차는 주주들에게 주당 3000원에 동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모비스와 관련해서는 엘리엇이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 우선주 1주당 2만6449원 등 총 2조5000억원의 배당을 제안했지만 현대는 주당 4000원을 제시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대해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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