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금 집행규모 해마다 늘어
작년엔 '구로농지' 패소 영향도
[ 안대규 기자 ] 지난해 국가배상소송에서 패소해 정부가 세금으로 물어준 돈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법무부는 늘어나는 국가배상소송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송무국을 신설할 계획이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2018년 집행된 국가배상금은 7700억원으로 역대 그 어느 해보다 많았다. 전년(350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선 규모다. 지난해에는 구로농지 사건이 컸지만 국가배상금 집행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6년에는 2300억원 정도였으나 1년 만에 1200억원 늘어났다.
작년 국가배상금이 급증한 배경은 ‘구로농지 사건’의 패소였다. 1961년 박정희 정부가 구로공단을 조성하기 위해 서울 구로동 일대 땅 약 99만㎡를 강제로 국유지로 편입하면서 비롯된 사건이다. 땅주인들은 정부의 강압으로 재산권을 포기했다가 47년 만에 다시 소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 “국가가 공권력을 남용해 민사소송에 불법 개입한 사건”이라는 이유로 재심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7년 11월 피해자들의 권리를 일부 인정했다.
정부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부는 패소 우려와 배상금 부담이 커지면서 국가송무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지금 하나의 ‘과(국가송무과)’가 맡고 있는 국가송무 담당조직을 송무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6조7000억원(피청구액 기준) 규모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전담하는 국제법무과도 송무국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가송무과와 국제법무과가 하나의 ‘국’으로 커지면 법무실과 검찰국,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교정본부, 인권국, 법죄예방정책국 등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위상을 갖게 된다.
법무부는 또한 10~20명 수준인 송무 지휘 법조인력도 늘릴 계획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은 중앙부처의 국가소송 지휘 조직이 가장 작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미국은 국가 소송을 지휘하는 연방법무부 민사국에 1100여 명의 검사 등 법조 자격자가 근무하고, 일본만 하더라도 법무성 송무국에 40여 명의 검사와 판사 등이 일한다. 영국 정부법무국은 460여 명의 변호사를 보유하고 있다.
박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일괄담보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일괄담보제란 부동산을 제외한 채권, 지식재산권(특허), 기타 동산 등의 기업자산을 하나로 묶어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법무부는 일괄담보제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소액대출자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국은 담보대출시장이 부동산에 편중됐지만, 미국의 경우 전체 대출 중 담보대출비중이 20%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60%가 동산담보대출”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동산에 대한 적정가치평가, 통합공시 시스템 구축 방안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마련할 방침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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