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비정규직 2천여 명 정규직 전환 … 지역사업자들 생계 막막

입력 2019-03-18 13:43   수정 2019-03-18 13:44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비정규직 노동자 2053명을 자회사 소속으로 바꿔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지역사업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한수원과 민주노총 공공연대 노동조합은 최근 한수원에서 근무 중인 일반관리와 경비직종 비정규직 노동자를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최소한의 면접 절차를 거쳐 자회사 정규직으로 바꾸기로 했으며, 연내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채용을 마칠 계획이다.

급여체계 설계 시에는 해당 직종의 시중노임단가 변동분을 매년 적용하기로 하였으며, 한수원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인정해 근속수당도 신설할 예정이다. 이 밖에 자회사 정관, 운영규정 등에 대한 부분은 한수원과 민주노총 공공연대 노동조합이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자회사 전환 방식으로의 전환은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일반분야와 경비 분야의 비정규직 조합원의 찬반투료를 통해 결정되었는데, 일반분야는 조합원의 75.5%, 경비분야는 조합원의 81%가 전환방식에 찬성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화하면서 피해를 입게 된 것은 그들을 고용하고 있던 한수원 청소 및 시설·관리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지역사업자들이다.

이들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주지법')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의 각 발전소 주변 지역에서 최소 10년 이상 많게는 3·4대에 걸쳐 그 지역에서 살아왔던 지역주민이자 지역사업자들이다. 이들은 발주지법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용역을 하지 못하고 적게는 2~3명, 많으면 20명 남짓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한수원으로부터 1년에 단 한번 용역을 받아 생계를 이어왔다.

이들은 "한수원의 직접고용으로 인해 이러한 지역사업자들은 모두 실업자가 전락하게 되었으며 해당 지역 한수원의 용역업체로서만 일해왔던 사람들로서는 새로운 지역에서 용역을 할 수도 없어 생계를 위협당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역사업자들이 도맡아 온 한수원 청소 및 시설·관리업체들은 다른 공공기관의 ‘청소·시설 용역’과는 명백한 차이가 있는 업체다. 다른 공공기관의 용역의 경우 한수원 용역업체와는 달리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주변지역 외에도 다른 여러 곳에 지원을 할 수 있으나, 한수원 청소·시설 용역업체는 발주지법에 따라 용역을 낙찰을 받기 위한 적격심사기준을 만족시키는 것 외에도 ‘1사 1용역‘의 원칙을 지켜야 했다.

이렇게 한수원에만 존재하는 ’1사 1용역‘이라는 입찰제한 때문에 용역업체의 규모를 키울 수 없었던 것은 물론, 갖춰진 인원이나 장비도 부족하여 한수원을 제외한 다른 입찰을 할 수도 없었다.

이들은 한수원의 입찰을 받기 위한 요건으로 5년 이상 주된 영업소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수년간 해당 지역에 임대료를 납부해왔으며, 기본적인 작업용구, 장비, 차량 등에 최소 1억원 이상 투자했다. 또한 대표자 지역거주기간을 준수해야 했으므로 타 도시생활을 포기하고 지역을 지켜왔다.

지역사업자 대표들은 "발주지법에 따른 ’지역사업체‘의 특별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한수원도 원활하게 지금까지 용역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면서 "발주지법이라는 건 발전소 특별법인데 왜 행정이 법률보다 위에 자리하는 건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좋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받는 사업자들의 행복추구권, 직업의 자유, 재산권 또한 보호받아야 할 법익에 해당한다. 정규직화 과정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결정되는 것 같다. 권위주의 정권시대와 다를게 없다"라고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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