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 지식사회부 기자) ‘버닝썬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경찰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젊은 경찰들 사이에선 “댓글 보는 것이 괴롭다”, “13만명에 달하는 경찰 조직을 미꾸라지 몇마리가 흐리는 것은 우리도 싫다”는 등의 자성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일각에선 검·경이 버닝썬 사건과 김학의·장자연 사건을 바꿔 수사해 ‘비리경찰’과 ‘부패검사’를 한꺼번에 일소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29)와 동업 관계인 유모 유리홀딩스 대표(34) 등의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알려진 윤모 총경이 멤버들로부터 골프와 식사 접대 등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같은 분노는 더욱 커졌습니다. 경찰대를 졸업한 삼십대 초반의 한 경위는 “솔직히 젊은 경찰들은 접대 문화에 알러지 반응을 보일 만큼 싫어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며 “구태에 젖은 윗 세대의 잘못을 조직 전체가 뒤집어 쓰는 것이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내부적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물건너가고 자치경찰제만 시행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8일 전국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찬반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52.0%, 반대는 28.1%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4월 같은 주제의 여론조사(찬성 57.9%·반대 26.2%)보다 찬성은 5.9%포인트 떨어지고 반대는 1.9%포인트 오른 수치입니다. 일선서 경찰관은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경찰 유착 의혹이 터지면서 ‘이러면서 무슨 수사권 조정을 하자고 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부끄러워서 참는다”고 털어놨습니다.
일부 경찰들은 버닝썬 사건은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배우 장자연 사건은 경찰이 수사해야한다는 주장도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버닝썬을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경찰 입장에서도 그게 속시원하니 현재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서 맡고 있는 김학의·장자연 사건과 바꿔서 수사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양 기관이 서로 칼을 겨누고 수사로 견제해야 의혹없는 결론이 나올 수 있고, 이것이 바로 수사권 조정의 진짜 목적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같은 안이 성사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18일 김 전 차관과 장자연씨 사건의 조사 기간을 추가로 연장할 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 회의에서 재연장 불가 방침이 내려지면 두 사건의 의혹은 풀리지 않은 채 진상조사단 활동은 이달말 끝날 예정입니다. (끝)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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