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장비 배제 거부하자
트럼프, 초강력 대책 만지작
[ 김현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봉쇄’를 위해 미국 기업에 대(對)화웨이 수출금지 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독일 등 핵심 동맹국들이 5세대(5G) 통신망 구축 때 화웨이 장비를 배제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자 초강력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수출금지 명령을 내리기보다는 미·중 무역협상 카드로 이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각국의 5G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몰아내려는 미국의 작전이 동맹국의 비협조로 좌초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의 수출금지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동맹국에 ‘화웨이가 백도어(전산망에 몰래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가 설치된 통신장비를 통해 기밀을 빼돌릴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 통신장비를 계속 사용하는 국가와는 정보 교환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과 독일, 인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우려는 있지만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면밀히 조사해 보안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NYT는 보다폰, 도이치텔레콤 등 유럽 주요 통신사가 이미 화웨이 장비를 많이 채택한 상황이어서 5G 전환 때 화웨이를 배제하면 비용과 시간에서 큰 부담이 생긴다고 보도했다. 또 유럽 국가들에 중국은 미국만큼이나 큰 교역국이어서 명시적 사용금지 조치를 하면 중국의 보복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 협조 없이 화웨이의 세계 5G 통신망 장악을 막을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 기업이 중국산 5G 통신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뿐만 아니라 화웨이에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공격적 행정명령도 검토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통신장비 세계 1위인 화웨이의 개발 속도를 늦춰 글로벌 경쟁사들이 따라잡을 시간을 벌어주려는 의도다. 미 정부는 5G 장비를 생산하는 화웨이 경쟁사에 유리한 조건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부 국방부 연방통신위원회(FCC) 등이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의 보안 위험성을 알리는 와중에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양보를 얻기 위해 ‘화웨이 카드’를 쓸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트위터에 “(5G 사업에서) 미국 기업들은 더 노력해야 하며 나는 미국이 경쟁을 통해 이기기를 원한다”고 썼다. 하루 뒤인 22일엔 “무역협상에서 화웨이와 ZTE 문제가 포함될 수도,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애덤 시프 미 하원 정보위원장(민주당)은 “화웨이와 ZTE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NYT는 “미국은 계속 화웨이 배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를 억제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화웨이와 관련해 어디까지 갈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고 논평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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