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석 기자 ] 앞으로 서울에 들어서는 고시원은 최소 7㎡(2평) 이상 크기로 지어야 한다. 채광창도 방마다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작년 11월 7명의 사망자를 낸 관수동 국일고시원 화재사고와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후 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18일 발표했다. 고시원은 법률상 수험생을 위한 공부방이지만 현실적으론 일용직 노동자 등 주거취약계층의 임시 주거지로 사용되고 있다.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에 따르면 방의 실면적은 7㎡(화장실 포함 시 10㎡) 이상으로 하고, 창문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현행 규정은 실면적, 창문 설치 여부 등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시는 또 2년 내 모든 기존·노후 고시원이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2009년 7월 개정된 ‘다중이용시설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법 개정 이전부터 운영 중인 고시원은 예외로 하고 있다. 서울에는 국내 1만1892개 고시원의 절반에 가까운 5840개 고시원이 있다. 이 가운데 법 개정 이전부터 운영 중인 18.2%(1071개)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다. 시는 올해 15억원을 투입해 노후 고시원 75곳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지원한다. 또 올해부터 스프링클러 설치비를 지원받는 고시원의 입실료 동결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노후고시원 '공유주택' 전환 유도…리모델링도 지원
서울시가 노후고시원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서울형 공유주택’과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전환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관련법 개정 및 지원책 마련에 나선다. 고시원들이 밀집한 노량진 고시촌 등에는 거주자들이 필요한 편의시설을 갖춘 공유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먼저 시는 서울형 공유주택의 밑그림을 내놨다. 노후고시원은 물론 여인숙과 모텔 등 도심지 근린생활시설 건축물을 시가 제안한 기준에 맞춰 공유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내놓은 것이다. 시는 주택법에 ‘공유주택’이란 유형을 신설하는 것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또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해 다중주택 규모를 기존 3개 층, 330㎡ 이하에서 4개 층, 660㎡ 이하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상 주택 범위를 넓혀 더 많은 건물이 서울형 공유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김성보 주택기획관은 “규제 완화를 통해 얼마나 공급이 늘어날지 아직 예측하진 못했다”며 “주거취약계층 안전을 위해 시에서 적극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후고시원 등 유휴건물을 셰어하우스로 개조(리모델링)해 1인 가구에게 시세의 80% 수준에 공급하는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활성화도 추진한다. 노후고시원의 사회주택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7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은 직접 매입형과 보조금 지급형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직접 매입형은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주택을 매입해 사회적 경제주체에 최장 20년간 임대하는 방식이다. 보조금 지급형은 주거 관련 사회적 경제주체가 주택을 임차해 리모델링 후 사회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시는 이때 리모델링 비용을 최대 80%(2억원 한도)까지 보조할 방침이다. 사회주택의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0%로 책정한다. 김 기획관은 “예산 72억원 중 50억원으로 건물 2채를 매입하고, 22억원은 10개 동 리모델링 지원에 투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시원 밀집지역 내 공유공간 ‘고시원 리빙라운지(가칭)’도 설치한다.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 등으로 빨래방, 샤워실, 운동실 등 고시원에 부족한 생활편의·휴식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연내 50억원을 투입해 노량진 고시촌 내 두 곳에서 시범사업을 할 계획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고시원 운영자들이 비용 증가를 이유로 반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주거 안전과 생명이 더 중요하다”며 “(고시원) 사업주도 주거 안전을 위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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