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블록체인 품은 갤럭시S10, 삼성 '정중동' 행보 이유는

입력 2019-03-19 07:00   수정 2019-03-31 23:16


지난달 삼성전자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S10 언팩’ 행사를 열었을 때, 기자는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갤럭시 폴드보다 침묵에 가까운 블록체인 키스토어가 ‘결정적 혁신’이 될지도 모른다고 썼다.(☞ 관련기사: 갤럭시S10 가상화폐 지갑 탑재와 '삼성 침묵'의 역설)

갤럭시S10에 탑재된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통상적 의미의 가상화폐(암호화폐) 지갑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으나, 이달 8일 갤럭시S10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결론적으로 갤럭시S10은 암호화폐 결제·송금 및 블록체인 기반 분산형 애플리케이션(Dapp·댑) 기능을 제공한다.

블록체인 업계 반응은 호의적이다. “실제로 해보니 좋더라” “잘 만들었다”는 소리가 들린다. 사실 암호화폐 지갑 기능 자체가 혁신적일 건 없다. 종전에도 암호화폐 지갑은 접하려면 어렵잖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을 품은 갤럭시S10의 평이 좋은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꼽힌다.

첫째, 블록체인 대중화 계기를 마련한 의의가 크다. 암호화폐 보안 우려를 제로(0)에 가깝게 만든 덕분이다. 삼성의 모바일기기 통합보안관리 플랫폼 ‘녹스(Knox)’ 위에 구동돼 신뢰를 확보했다. 둘째, 편의성이다. 깔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경험(UI·UX)을 구현했고 다양한 댑이 연동될 여지도 만들어냈다.


당시엔 국내 출시 전이라 삼성이 침묵하는 측면도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출시 후에도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삼성의 ‘정중동’ 행보는 여전하다. 갤럭시S10의 블록체인 관련 기능에 대한 마케팅을 별로 원하지 않는 듯 보인다는 얘기다.

정부 기조를 염두에 둔 조심스러운 대처로 풀이된다. 정부는 암호화폐 공개(ICO) 금지를 이어가는 등 암호화폐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삼성 입장에선 굳이 암호화폐 지갑 탑재를 대대적으로 알릴 필요가 없다. 그것 말고도 갤럭시S10의 홍보거리는 많으니까.

삼성은 암호화폐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 또한 꺼리고 있다. 갤럭시S10 탑재 사실이 알려진 것만으로 엔진, 코스모체인 등의 코인 시세가 급등했다. 삼성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10과 연관된 것은 블록체인 업체에겐 대형 호재다. 업체는 적극 알리고 싶겠지만 삼성이 제어하는 모양새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고려와 함께, 투기성 암호화폐 투자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게 지금 ‘관리의 삼성’이 발신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삼성의 행간은 이런 것 아닐까.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 경쟁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은 해두되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은 회피하는 전략. 당장 돌을 던져 살얼음을 깨지 않아도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얼음은 자연스레 녹는다.

블록체인 산업과 암호화폐 시장은 장기전이 될 것이다. 단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누군들 1~2년 뒤 상용화되리라 확언할 수 있겠나. 하지만 시곗바늘을 10년 후로 돌린다면? 어떤 형태로든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가 가시적 영향을 끼칠 거라 예측하는 사람이 늘어날 터이다. 정중동을 고수하는 삼성도 그렇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영상=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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