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이 말하는 직업계高
[ 구은서 기자 ] ‘고졸 멘토는 없다.’
직업계고 학생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대학 진학 선호와 고졸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고졸 인재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적다는 호소다. 한국경제신문이 직업계고를 졸업해 각기 다른 분야에서 당당한 직업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직업계고 선배’ 다섯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다시 선택한다고 해도 직업계고”라고 입을 모았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 남들이 8~10년 걸쳐 이룰 성과를 절반의 기간에 이뤄냈다는 자부심이 컸다.
▶사회(김동윤 기자)=직업계고 진학을 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일반계고에 갔더라면’ 하는 후회는 없나.
▶이새얀=다시 선택한다고 해도 직업계고다. 사회생활을 빨리 시작한 건 인생에서 엄청난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고교 졸업 당시 대학에도 합격해 취업과 진학 둘 중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이 진로가 맞는지 확신을 갖기 위해 먼저 현업에 뛰어들고 싶었다.
▶박진혁=‘선취업 후진학’이 내게 가장 잘 맞는 옷이다. 자전거 타기가 그렇듯 몸으로 부딪치면서 익힌 학습은 평생 간다. 일하다가 모르는 걸 학교에 바로 물어보면 되고, 또 학교에서 배운 걸 다음날 바로 일터에서 써먹을 수 있다.
▶김소라=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취업이 보장되는 시대가 아니다. 직업계고에 진학할 때 당시 이명박 정부는 직업교육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 혜택을 영리하게 이용해보자’고 생각했다. 나중에 자녀를 낳게 된다면 직업계고 진학을 적극 추천할 것이다.
▶사회=고졸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게 녹록지 않았을 것 같다.
▶엄동현=물론 어려운 점도 많다. 사회에서 만나는 이들 대부분이 대졸자라서 서로 다가가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남들이 8~10년간 할 일을 4년간 했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는 성취’라고 생각한다.
▶문명순=대학에서 배운 지식으로 100세까지 먹고살 수도 없다. 어차피 평생 배워야 한다면 일찍부터 사회 경험을 쌓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김=직업계고 졸업자는 취업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졸업한 선배의 멘토링이 절실했다. ‘고졸 사회선배’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사회=참석자 모두 결국 대학에 진학했다. 사회적 시선과 전문성에 대한 갈증 중 뭐가 더 큰 이유였나.
▶이=직장에 다니면서 학위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그런데 재직자 특별전형이 요구하는 재직기간(3년)을 채우면서 지켜보니 선취업 후진학이 늘면서 매년 입학 경쟁률이 빠르게 뛰었다. 적성에 맞는 공부를 더 하고 싶기도 하고 올해가 아니면 경쟁률이 더 높아지겠단 생각에 진학을 결정했다.
▶엄=일학습병행제는 애초에 1~4학년 커리큘럼을 실무 맞춤형으로 짜준다. 회사가 ‘너는 이런 업무를 할 거니까 이 같은 수업을 들어라’ 하고 길잡이를 해주고, 그걸 익혀서 실제 업무에 적용한다.
▶사회=직업계고나 직업교육 정책에 개선점을 제안한다면.
▶문=교사들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대부분의 교사는 인문계고를 거쳐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다. 실무교육을 강화하려면 현장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등 교사가 실제적인 수업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선취업 후진학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도 필요하다. 모든 대학에 야간대학을 개설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박=병역특례요원 정원을 늘려줘야 한다. 남학생들은 고교 졸업 후 일정 기간 근무하다 보면 군대에 갈 때가 되니 회사도 채용하기를 꺼린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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