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휘 기자 ] 미국과 북한이 유엔 군축회의에서 설전을 벌였다. 미국 국무부가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의 포기만이 북한이 안전과 번영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하자, 북측은 “핵실험, 미사일 시험을 중단했는데도 전면적 제재가 유지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맞섰다. ‘2·28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북의 국제 외교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국에서 열린 군축회의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원인을 놓고 미·북이 서로를 비난하는 성토장을 방불하게 했다. 일림 포블레티 미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는 “북한과 관련해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며 “북한과 군사적 거래를 하는 나라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므로 거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개인, 단체에는 주저없이 제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 국무부의 발언은 물 샐 틈 없는 대북제재만이 북한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관점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주용철 북한 제네바대표부 참사관은 핵실험, 미사일 시험이 15개월 동안 중단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미 간의 문제들은 신뢰 구축을 위해 한 가지씩(one-by-one) 다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이 비핵화 전에는 제재 완화가 불가능하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며 미국의 접근 방식을 비난했다. ‘미국의 계산법’을 “강도 같은 태도”라고 했다.
지난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평양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강도’로 표현한 데 이어 잇따라 대미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11~15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UNEP) 총회에서도 북한 대표단은 환경보호 영역에서의 국제 협력에 대북제재가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은 북한 대표단장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20일 홈페이지에 올렸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북의 장외 외교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독일이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향한 외교적 과정에 확실히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세기를 이어 발전하는 조(북)·러 친선협조 관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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