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여신심사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혁신 중소·중견기업에 향후 3년간 100조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이를 위해 기업이 부동산 뿐만 아니라 특허권, 생산설비, 재고자산 등을 모두 담보로 묶어 대출할 수 있는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하고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을 가진 혁신기업에 보다 많은 대출이 이뤄지도록 여신심사모형도 개편된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혁신금융 추진방향을 마련해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 설립 이후 기업금융을 주제로 대통령까지 참석한 가운데 이처럼 대규모 행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을 기업의 동반자로 제시하면서 혁신성장을 통해 기업과 금융산업이 함께 가는 비전을 제시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이 있다.
정부는 금융의 패러다임을 가계금융·부동산 담보 중심에서 미래 성장성·자본시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대출과 자본시장, 정책자금 분야별로 맞춤형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대출 측면에서는 혁신·중소기업에 향후 3년간 100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술금융으로 90조원, 일괄담보대출로 6조원, 성장성 기반 대출로 4조원을 공급한다는 세부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기업여신시스템을 개편하기로 했다.
올해는 일괄담보제도를 정착시키는 첫해로 규정했다. 일괄담보제는 특허권과 생산설비, 재고자산, 매출채권 등 서로 다른 자산을 포괄해 한 번에 담보물을 평가·취득·처분하는 제도다.
이런 제도를 활성화하고자 법인 외에 상호가 등기되지 않은 자영업자의 동산담보 활용을 허용하고 담보권 존속기한(현재 5년)을 폐지하는 등 동산담보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동산·지식재산권 등에 대한 가치평가와 매각이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권 공동 데이터베이스(DB)를 마련하는 등 동산담보 평가·회수지원 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기업의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한다.
2020년까지 기업 기술평가와 신용평가를 일원화해 기술력만 갖추면 신용등급도 높아질 수 있도록 여신심사모형을 개편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신용정보원이 970만개 기술·특허정보 등을 토대로 신용정보원에 기업다중분석 DB를 구축하기로 했다.
2021년까지는 기업의 자산과 기술력, 영업력 등 미래 성장성까지 종합 평가하는 '통합여신심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이 완료되면 성장성이 우수한 기업은 대출 승인을 넘어 더 많은 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쓸 수 있게 된다.
7만개 주력산업·서비스 기업에는 72조원의 정책자금을 공급, 17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기로 했다.
3년간 2천여개 기업의 산업재편 및 연구개발(R&D) 지원에 12조원을 공급, 신규 일자리 4만개를 만들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15년까지 쓸 수 있는 초장기 자금을 3년간 10조원 규모로 지원한다. 자금소진이 예상보다 빠르면 2조5천억원 정도를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 자금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승인 기업의 사업재편 과정에 필요한 설비증설·운영, 인수·합병(M&A), R&D를 위해 사용된다.
정부 R&D 자금 지원 기업에는 시제품 제작·양산 등 사업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1조원 규모의 별도 특별자금을 배정하기로 했다.
또 6만8천개 유망서비스 산업 기업에 5년간 6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 13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관광, 헬스케어, 콘텐츠, 물류 등 4대 유망서비스산업을 우선 지원하고 추후 업종별 서비스 산업 혁신방안 등과 연계해 지원 업종도 늘릴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도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위험을 분산·공유하는 금융시스템을 구축해 기업의 도전을 응원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금융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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