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발 중추신경계 신약 중
FDA서 첫 시판허가 받아
[ 전예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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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최태원 SK 회장(사진)은 신약 개발과 바이오벤처에 1조원을 투자하라고 지시했다. 그로부터 20년 뒤 SK바이오팜의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이 2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관문을 통과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최종 시판 허가까지 26년이 걸렸다. 임상 실패와 파트너사 변경 등 수차례 위기에도 신약 사업을 이끌어온 최 회장의 집념이 통했다는 평가다.
우울증약의 재탄생
국내 기업이 개발한 중추신경계 신약 중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FDA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은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2003년)와 동아에스티의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2014년), SK케미칼의 혈우병 신약 ‘앱스틸라’(2016년) 3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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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임상 1상 데이터를 분석해 이 물질이 각성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울증 환자들이 약을 복용한 뒤부터 무기력증이 사라지고 졸음 현상이 없어졌다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SK는 2004년 임상설계를 변경하고 수면장애치료제로 방향을 틀었다. 프로젝트명도 SKL-N05로 바꿨다. 2009년 5월 미국 바이오벤처 애드레넥스가 기술을 도입하면서 SKL-N05는 본격적으로 글로벌 임상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개발사가 여러 번 바뀌면서 진통을 겪었다. 2011년 미국 에어리얼바이오파마에 개발 권리가 넘어갔고 2014년 1월 수면질환 분야 글로벌 1위 제약사인 미국 재즈파마수티컬이 3억9700만달러(약 4500억원)에 판권을 사들였다. SK는 재즈와 3년간 임상 2상, 3상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기면증과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졸림증 환자의 각성 상태를 개선하는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글로벌 수준으로 임상 데이터를 관리하고 중추신경계 분야에서 수년간 연구개발 경험을 축적해왔기 때문에 다른 신약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며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신약 개발에 장기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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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솔리암페톨이 글로벌 연 매출 1조원의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내 ‘수노시’라는 이름으로 재즈가 판매한다. 재즈는 지난해 11월 유럽의약청(EMA)에도 허가를 신청했다. 내년엔 유럽에도 출시할 전망이다. 솔리암페톨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재즈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12개국에서는 SK바이오팜이 판매한다. SK바이오팜은 아시아 상업화에 착수할 예정이다.
올해 말에는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도 FDA 허가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FDA에 신약판매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세노바메이트는 지난달 유럽 내 상업화를 위해 스위스 아벨테라퓨틱스와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부터 일본인 임상을 시작해 아시아 진출 준비도 마쳤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혁신 신약의 글로벌 상업화 성과를 통해 연구, 임상개발뿐 아니라 생산 및 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수행 가능한 ‘글로벌 종합제약사(FIPCO)’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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