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겨냥하는 민주당
[ 박종필 기자 ] 국내 간판 통신기업인 KT가 정치권의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빨려들고 있다. 통신구 화재사건 원인 규명을 위한 국회 ‘KT 청문회’가 자유한국당 중진 정치인의 자녀 KT 특혜 채용 의혹과 맞물리면서 여야의 최대 격전장으로 변하고 있다. KT의 여야 의원에 대한 ‘쪼개기 정치후원금’ 수사까지 앞두고 있어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T 화재 청문회, 채용비리 청문회 될라’
KT 청문회를 둘러싼 공방으로 22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는 파행을 빚었다. 당초 이날 정보통신법안 심사를 위한 소위원회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취소됐다. 과방위 산하 다른 소위원회 일정도 줄줄이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은 과방위 파행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간사 협의 과정에서 KT 청문회를 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채용비리 의혹이 황교안 대표에게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인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다음달 4일 KT 청문회는 이상 없도록 오는 27일 실시계획서를 채택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KT 청문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민주당 주장을 반박했다. 과방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법안소위를 KT 화재 청문회 이후로 미루자고 먼저 주장한 것은 민주당”이라며 “과방위가 해야 할 책무는 (청문회가 아니라) 법안 처리”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KT 청문회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데는 여야 이견이 없다”며 “다만 민주당이 KT 화재 규명 청문회를 ‘채용비리 청문회’로 비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與, 사실상 황교안 정조준
KT 청문회를 놓고 한국당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현재 KT 새노조가 주장하는 채용비리 의혹이 한국당, 특히 황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어서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딸 채용 문제로 촉발된 채용비리 문제는 정갑윤 의원 아들, 홍문종 의원의 전직 보좌관과 지인을 거쳐 황교안 대표 아들 연루설로 확산되고 있다. 황 대표와 정 의원 아들은 KT에 재직 중이다. 이들 의원은 “야당 탄압”이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일 경우 ‘야권발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황 대표의 경우 아들이 KT에 2012년 입사한 뒤 2013년 법무팀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황 대표는 검사장을 퇴직하고 법무법인 고문으로 일했는데, 이석채 KT 회장이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였다. 황 대표 아들을 통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전관예우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과방위 소속 한국당 관계자는 “이미 장관 시절 해명이 끝난 사안”이라며 “명문대학 법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황 대표 아들이 전공을 살려 법무팀에 근무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황 대표 아들은 취업준비생 시절 KT 외에도 여러 기업에 동시에 합격한 바 있다”고 채용비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KT 채용비리 관련 의혹이 유독 한국당 중진들만 겨냥한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는 KT 건과 함께 ‘별장 성접대 의혹’의 핵심 관계자인 김학의 전 차관의 직속상관이 당시 법무장관이던 황 대표였다는 점을 들어 본격적으로 ‘황교안 흔들기’에 나설 태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일로 당시) 차관이 경질됐는데 장관도 모르고 있고 민정수석도 모르고 있다면 누가 안다는 말이냐”며 “정부를 운영해봤던 사람들로서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가 예정된 KT의 정치인 후원금 쪼개기 지원 의혹 수사는 새로운 뇌관이다.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19대와 20대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총 4억여원의 정치 후원금을 쪼개기 형태로 후원했다는 의혹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 배당돼 수사를 앞두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KT 관련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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