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바람’ 뜻 그대로
SUV 태생적 한계…실내 인테리어 아쉬워
마세라티는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꼽힌다. 진출한 지 10여 년 만에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도로 위에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일등공신은 마세라티의 첫 번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르반떼다. 르반떼는 지난 한 해 판매량(1660대)의 41.3%(687대)를 차지했다. 운전 재미와 넓은 실내 공간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에 배우 공유가 타고 등장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최근 주행 성능을 극대화 한 ‘르반떼 GTS’(사진)를 타봤다. 서울 도심과 고속도로 등 500㎞가량 달렸다. 스포츠카 뺨치는 폭발적인 가속력, 가슴을 울리는 배기음이 ‘진수성찬’ 같은 매력을 뽐냈다.
다만 SUV, 공차 중량 2300㎏에 달하는 태생적 한계는 분명했다. 뜯어보면 차 값 대비 심장(엔진) 외에 내세울 만한 근사한 요리가 없는 아쉬움도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차체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오는 배기음은 베이스처럼 낮고 묵직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권투 선수가 펀치를 날리듯 앞으로 툭 튀어나갔다.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순간 강풍으로 돌변하는 ‘지중해의 바람’이라는 차명이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 발에 조금만 힘을 줘도 온몸이 시트에 파묻혔다. 덩치가 큰 차임에도 무색할 정도로 빠르다. 르반떼 GTS는 3.8L 8기통 가솔린(휘발유) 트윈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슈퍼카 페라리와 같은 혈통이다.
최고 출력 550마력, 최대 토크 74.7㎏·m의 힘은 도로 위에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인 제로백은 4.2초에 불과하다. 최고 속도는 시속 292㎞에 달한다.
엔진 회전수(rpm) 4000이 넘어가면 바리톤, 테너와 흡사한 음색이 귓전을 울린다. 맹수의 포효는 금세 듣기 좋은 음악으로 바뀌었다. 마세라티는 이 차에 8기통 엔진을 넣기 위해 2년여 넘게 연구했다. 그만큼 8단 자동 변속기와 사륜 구동 시스템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다만 코너를 돌 때마다 ‘버겁다’는 무언의 외침이 들려왔다. 진입하는 속도가 조금만 빠르면 뒤뚱 거렸다. 타이어 비명이 들려오면서 접지력 한계치에 다다르면 중심을 되찾기 어렵다. 성능이 SUV 차체, 섀시(차대)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레이크는 2300㎏의 몸무게(공차 중량)에 밀린다는 느낌을 줬다.
일반적인 달리기엔 힘이 차고 넘쳤다. 여기에 차선을 유지해 달릴 수 있는 안전 및 편의 장치, 넉넉한 실내 공간은 합리적이다. 풀 LED(발광다이오드) 헤드램프와 바우어앤윌킨스(B&W) 오디오 시스템은 안락함이 돋보인다.
하지만 실내 인테리어는 한 세대 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고급 가죽 시트와 운전대(스티어링 휠), 큼직한 패들 시프트(기어변속장치), 도어 트림에 쓰인 카본을 빼면 눈에 띌 만한 요소가 없다.
센터페시아(운전석과 동승석 사이에 있는 컨트롤패널) 디스플레이 부근 플라스틱은 판매 가격이 1억9600만원이 맞는지 의구심을 들게 했다. 외관 디자인 역시 일반 소비자는 차별화 요소를 알아보기 쉽지 않다.
마세라티는 이달 중 40마력가량 힘이 더 센 르반떼 트로페오를 내놓고 라인업을 확대, 판매량 끌어올리기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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