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계열사 동원한 해외공연 수익 은닉 여부도 주목
국세청이 YG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국내 연예업계, 유흥업소 등의 탈세 가능성에 칼을 빼들었다.
YG엔터테인먼트는 국내 대표적인 연예 기획사 중 하나로, 최근 성접대 등 각종 의혹을 받는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의 전 소속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일 YG엔터테인먼트 본사에 이어 이튿날에는 버닝썬 등 전국 유흥업소 21곳을 상대로 동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강남 유명 클럽 아레나에 대해서는 지난해에 이어 최근 실소유주를 중심으로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곳은 룸살롱, 클럽, 호스트바 등이다. 이들은 재산이 많지 않은 종업원을 일명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체납·폐업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삼자 명의로 등록한 일반음식점, 모텔 등의 신용카드 단말기로 업소 매출을 결제해 수입금액을 분산하는 '꼼수'도 포착됐다.
이번 유흥업소 세무조사는 지금까지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YG 세무조사와 뚜렷한 연관 고리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대적인 유흥업소 세무조사를 촉발한 아레나·버닝썬이 승리와 직간접적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승리는 클럽 버닝썬의 운영사인 버닝썬 엔터테인먼트의 사내이사를 지냈다. 최근에는 한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승리가 해외 투자자들에 대한 접대를 위해 클럽 아레나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버닝썬 사태 직전까지 승리의 소속사 였던 YG 또한 연예인과 연예인 관련 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꼬리를 무는 상황이다.
이번 유흥업소 세무조사의 밑그림에는 결국 YG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세청은 K팝 열풍 뒤에 숨은 연예 기획사의 고질적인 역외탈세 관행까지 정조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이번 YG 조사에 100명에 달하는 인력을 투입해 공연·마케팅 등 사실상 모든 업무 영역에서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20개의 회사를 계열사로 둔 기업집단으로 해외 계열사만 YG엔터테인먼트 저팬 등 6개에 이르지만 모두 비상장사이고 손자회사도 3개나 되는 탓에 정확한 거래 내역은 확인이 쉽지 않다.
한류에 올라탄 연예 기획사의 지능적 역외탈세는 지난해 9월 국세청의 기획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국내의 한 연예 기획사 사주는 해외공연 수익 70억원을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송금해 은닉했다가 세금 추징에 더해 검찰 조사까지 받고 있다.
이번 세무조사에서 양현석 YG 대표의 개인 탈세 정황이 드러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양 대표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서교동 클럽 '러브시그널'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개별소비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통상 개소세가 부과되는 주점은 유흥 종사자가 있거나 별도 무대가 있는 식품위생법상 유흥주점이다. 다만, 일반음식점이라고 해도 별도 무도 공간을 마련하는 등 유흥주점과 '실질상 유사한 영업'을 하면 개소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과세당국이 러브시그널을 넘어 사실상 YG의 모든 사업장을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가 단순히 개소세 탈루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양현석 대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서울청 조사4국은 비정기 특별조사를 전담하는 곳이다. 통상 정기조사는 신고 내용을 검증하기 위한 것인 반면 비정기 특별조사는 사기 등 고의적 탈세 혐의 입증을 위한 경우가 대다수다.
정기조사와 달리 비정기 조사를 받게 되면 세금 추징에 더해 형사 고발 조치까지 병행되는 경우가 잦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번 세무조사 때 국세청이 양 대표의 개인 자택에도 조사관을 투입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개별 납세 정보 보호를 이유로 사실 확인을 일절 거부하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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