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미세먼지, 韓·中 행동에 나서야

입력 2019-03-24 17:45  

"원인 둘러싼 감정싸움하는 한·중
과학적 연구 선행·기술 협력 통해
실질적 저감 정책 시급히 마련해야"

오승렬 <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외교통상학 >



중국 정부는 극심한 대기오염 지역으로 지목된 베이징과 톈진을 포함해 허베이성, 산시성과 산둥성에 분포한 28개 도시의 오염 원인과 전파 경로 등을 분석한 대규모 조사 결과를 지난 20일 발표했다. 각 지역에 총 109개의 대기 표본 채취 설비를 갖추고 2017년 가을부터 2018년 겨울까지 2만6000개의 샘플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다. 1년6개월 동안 200개 국가기관과 약 2000명의 전문가가 진행한 이번 연구는 편서풍과 기류를 타고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 공업지대를 특정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환경 협력을 위한 중요한 자료다.

연구에 의하면 해당 지역의 주요 대기 오염원은 석탄연료 17%, 공업 시설 32%, 차량 배기 26%, 부유 먼지 13% 등이다. 이들 지역의 주요 에너지원은 석탄이다. 또 중국 주요 중공업 원료의 40% 이상을 생산하고, 토지 단위면적당 석탄 사용량이 중국 전체 평균의 4배에 달하며, 주요 화물 수송의 80%를 경유 차량에 의존하고 있다. 공업지대의 오염된 대기가 베이징 등 대도시권으로 유입된 후에는 다시 이산화황 등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질산염 등의 초미세먼지 성분으로 바뀐다. 서쪽에 있는 타이항산 등이 장벽 역할을 해 베이징 분지 지역의 공기 오염이 악화되며, 기류 조건에 따라 불과 5시간 이내에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무려 291㎍/㎥까지 치솟았다. 오염된 공기는 지표에서 약 500m 상공까지 서로 뒤섞이면서 동쪽으로 흐르는 기류에 편승해 서해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제 중국 지역의 조사 결과는 나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국의 대기 오염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와 시차(時差), 기류의 영향, 한국 각 지역 대기 오염원과 그 성분의 조사 및 분석이다. 분석 결과를 중국 자료와 연결하면 조기경보와 오염 저감 정책 및 기술 협력 방안의 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아쉬운 점은 한국과 중국이 다 같이 중요한 대기오염 문제의 해결과 피해 경감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원인을 둘러싼 감정싸움에 치우치는 모습을 보여 왔다는 점이다.

지난 6일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의 중국발 미세먼지 우려에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며 반감을 드러냈다. 다음날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최근 중국 북부지역의 미세먼지는 줄었고 한국은 악화됐다며, 한국의 우려는 중국에 대한 악감정 때문이라는 사설을 실었다. 그야말로 감정적이다. 특정 시점에 베이징의 공기가 나아진 듯 보이는 것은 주요 행사를 앞둔 중국 정부의 통제와 오염원의 이전, 2017년부터 겨울 난방 기간에 집중 시행한 오염 저감 정책 등이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또 산시성, 허베이성과 산둥성의 공업지대 오염물질이 베이징과 톈진의 오염된 대기에 더해져 한반도로 건너오므로 측정 시점에 따라 한국의 공기 질이 베이징보다 더 나쁘게 나타날 수 있다.

한국도 중국의 대기오염을 ‘핑계’로 해 정작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과학적 접근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우선 서해 주요 거점 도서에 대기 관측 설비를 갖추고 기류에 따른 고도별 오염 물질 변화 추이를 관측한 자료를 분석해 축적해야 한다. 또 한국 각 지역의 공기 오염원과 성분, 중국발 미세먼지와의 상호 작용 경로 및 시차 등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정책 추진도 시급하다.

중국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은 석탄발전소를 포함한 에너지 공급 구조, 공업시설, 차량 배기 등을 들 수 있다. 미세먼지가 심각해질 때마다 중국을 흘겨보면서 노후 경유차량 운행만 통제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헛바퀴 도는 외교 노력의 강조나 거창한 범국가적 기구 설립만으로는 공허하다. 이제 한·중 양국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 자료 교환과 기술 협력, 효율적 정책 마련을 위해 두 나라가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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