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채식주의자를 바라보는 여전한 편견들

입력 2019-03-25 09:00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든, 동물을 생각하는 마음에서든
채식주의는 각자의 선택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은 또 하나의 사회적 편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히틀러와 간디는 둘 다 채식주의자였다. ‘힘이 곧 정의’가 되는 세상을 꿈꿨고, 육식동물처럼 세상을 바라보았던 독재자 히틀러(1889~1945)는 ‘속이 불편해서’ 채소만 먹기를 고집했다. 반면에 간디(1869~1948)가 채식을 했던 이유는 신념이었다. 그는 쓸데없는 욕심과 격한 감정은 육식에서 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간디는 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교도의 식습관을 더욱더 철저하게 지킴으로써 채식을 습관화했겠지만 그의 시대는 서양인들처럼 고기를 먹어야 ‘문명개화’할 수 있다고 믿던 때였다. 또한 유럽에서는 고기를 먹지 않으면 허약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에 히틀러의 채식습관화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히틀러와 간디는 모두 채식주의에 대한 ‘편견’에 시달렸는데, 그런 편견은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본래 고기는 없어서 못 먹는 것이었다. 밥상 위 고기반찬의 유무만으로 가정의 경제수준을 짐작하고도 남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육식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종교적 이유나 동물권 존중을 위한 채식주의자가 많아지고 있다. 또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받으면서, 이 소설 때문에 본인처럼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집단이 즐겨 먹는 음식을 거부하는 사람은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채식연합은 몸이 고기를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우리 사회 대부분의 채식인은 타인들로부터 ‘불편하고, 까다롭고, 자기만 잘난 존재’로 치부 당하기 일쑤라고 전했다. 이른바 ‘채밍아웃’을 했을 때 “풀은 생명이 아니냐”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쓴다” “채식한다면서 고기 몰래 먹는 사람 많던데 넌 안 그러냐” 같은 편견과 무례를 마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매일 한 끼 이상은 고기를 먹어야 하는 본인이 몰랐던 것은 채식주의자 중에는 채식주의자가 되는 동기에 따라 또는 그 적용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따라 다양한 층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양한 채식주의자 중 남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기 스스로를 위해 채식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든, 동물을 생각하는 마음에서든 채식주의는 각자의 선택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은 또 하나의 사회적 편견이다.

김재환 생글기자(경희고 2년) ktkk224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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