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라온 2분 34초짜리 영상이 큰 화제가 됐다. 베개 두 개 사이에 날계란을 끼운 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직접 밟아보도록 한 일종의 실험영상이었다. 100여 명이 시도했지만, 계란은 그대로였다. 베개의 복원력과 내구성을 영상 하나로 가볍게 입증한 셈이다.
‘마약베개 현장검증 동영상’으로 소문난 이 영상의 조회수는 650만회까지 기록했다. 마약베개는 최근까지 100만개 가량이 팔려나갔다. 해당 영상의 제작사이자 마약베개의 판매사인 블랭크는 ‘마약베개 효과’로 지난 해 12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마케팅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유명인을 앞세운 TV 이미지 광고는 구시대의 산물이 됐고, 이제는 SNS를 기반으로 각종 이야기를 퍼뜨리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마약베개 영상처럼 볼 거리나 읽을 거리를 제공한 뒤 이를 판매로 연결시키는 ‘스토리커머스’ 기법이다. 블랭크, 에이피알처럼 연간 1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전문 스토리커머스 기업도 탄생했다. 건당 수 십만원에서 수 백만원을 받고 대신 콘텐츠를 제작해주는 대행사까지 등장했다.
스토리커머스는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IT(정보기술)기업의 온라인 쇼핑 영역까지 침투했다. 카카오는 지난 해 8월 카카오톡을 통해 ‘?(#)쇼핑’ 기능을 선보이면서 소비자의 눈길을 쓸 수 있는 사진과 스토리를 상단 배치하는 쇼핑몰 포맷을 선보였다. 네이버쇼핑도 애견용품, 음식 카테고리 위주로 스토리 위주의 상품 배치를 진행하고 있다.
광고업계 역시 SNS 기반 ‘이야기 영상’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지난해 PC·모바일 기반 디지털 광고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했다.
윤희은/안효주/김남영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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