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가 5인 이하 소기업
10억명 플랫폼 규모로 날개 달아
베이징대 경영전문대학원은 최근 재미있는 수치를 하나 발표했다. 모바일 메신저 위챗의 기업전문 프로그램인 ‘기업위챗’ 사용 기업이 150만개를 돌파했다는 것이다. 매출 기준 중국 500대 기업 중 80%가 사용하고 있으며 활성화된 사용자는 3000만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2016년 4월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만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기업위챗은 위챗의 강점인 모바일 커뮤니케이션과 결제 기능을 기업의 필요에 맞게 최적화했다. 기업위챗으로 접속한 직원이 고객의 연락처를 올리면 자동으로 관련 직원들이 모두 공유할 수 있다. 반대로 고객이 특정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을 때 기업위챗으로 초대해 관련이 있을만한 실무자를 부서에 상관 없이 복수로 초청해 단체 대화창을 열 수 있다.
또 기업은 기업위챗에서 출장비 등 갑자기 발생한 비용을 위챗페이를 이용해 직원에게 기업 계좌에서 바로 지급할 수 있다. 반대로 직원은 회사 식당 식비와 주차장 이용료 등을 기업위챗으로 낸다.
관리자들은 자신의 등급에 따라 기업 위챗 내에서 본인이 속하지 않은 대화방의 대화내역도 열람할 수 있다.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다 생생하게 알 수 있다. 대신 직원들은 업무 시간이 아닐 때는 기업위챗에 접속하지 않을 수 있어 퇴근 후에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지시가 떨어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폰의 위치 확인을 활성화해 근태관리도 가능하다.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이 자동으로 집계되는 방식이다. 기업위챗을 중심으로 고객과 연결되면서 직원이 퇴사하거나 부서를 이동하면 관련 고객에게 바로 해당 사실을 알리고 후임자를 지정해 업무 누수가 최소화된다. 기초적인 사내 결제도 기업위챗을 통해 가능하다.
기업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삽입할 수도 있다. 청두지하철공사는 안전상 문제가 되는 부분을 직원이 발견해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기업위챗에 삽입했다. 유통매장 체인인 텐홍은 기업위챗에 연결된 고객이 자주 언급한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기능을 갖췄다.
일반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위챗이 SW 관리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기업 위챗 사용 기업의 50.58%가 자본금 1만위안(약165만원) 이하의 소기업이다. 71.31%는 직원수가 5명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텐센트는 기업위챗의 안착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임과 모바일메신저 등으로 성장한 텐센트는 B2C(소비자용) 제품에는 강하지만 B2B(기업용) 상품은 경험이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기업용 솔루션 SW업체를 인수하는 한편 업종을 나눠 기업들을 선별한 뒤 적극적으로 접촉하며 이들의 수요를 조사했다.
기업위챗의 성공으로 어려움에 처한 것은 알리바바의 기업용 SW솔루션인 딩딩이다. 딩딩은 알리페이를 이용한 내부 결제 기능에 메신저 기능을 추가했다. 2010년대초부터 본격 서비스에 들어갔지만 10억명이 넘는 모바일 메신저 고객을 갖춘 위챗의 기업용 SW 시장 공략에 맥을 못 추는 모습니다.
모바일 시장에서 플랫폼을 사실상 독점한 사업자 앞에 아무리 큰 업체라도 상대가 버거운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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