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9주기…추모 배지 만드는 생존자 전준영 씨

입력 2019-03-26 17:21  

"잊혀지지 않으려 사비 들여 제작
터무니없는 의혹 남발하지 말기를"



[ 이미아 기자 ] “이 작은 배지가 조금이나마 전사자들 넋을 기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정확히 9년 전인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당시 갑판 근무 병장이었던 전준영 씨(33·사진)는 지난해 봄부터 사비를 들여 ‘천안함 추모 배지’를 만들고 있다. 배지엔 ‘46+1’이란 숫자가 새겨져 있다. 전사한 46명과 구조 활동 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를 뜻한다. 전씨는 제작비와 배송비를 포함해 3000원만 받고 배지를 판매 중이다. 처음엔 500개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2000개가 넘었다.

그는 배지를 만든 이유에 대해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천안함이 침몰한 게 북한 말고 다른 원인이 있는 게 아니냐’고 물어봅니다. 몇몇은 정부에서 돈을 많이 받지 않았느냐고 따지기도 하고, ‘패잔병’이라고 모욕하기도 하죠. 모두 다 틀린 이야기입니다.”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한 ‘그날’ 이후 전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며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전씨는 “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 눈앞에서 죽어간 동료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와 군당국으로부터 지원받은 병원비나 기타 비용은 전혀 없었다.

전씨는 대전에서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천안함 생존자들은 여전히 국가유공자로 지정되지 못했다. 대부분 전씨처럼 PTSD에 따른 고통을 숨기고 살고 있다. 전씨의 바람은 한 가지다. “터무니없는 의혹을 남발하는 대신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잃은 장병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대접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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