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자 "PB상품으로 피해"
카카오 "제품 노출 등 특혜 없어"
이우상 중소기업부 기자
[ 이우상 기자 ] “온라인몰 플랫폼 사업자가 자체상표(PB) 제품을 내놓는 것은 불공정한 게임 아닌가요?”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A대표는 카카오메이커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A대표는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 제품을 팔려고 내놨다. 하지만 잘 팔리지 않았다. 알고 보니 같은 기간 카카오메이커스 PB 상품이 팔리고 있었다. 카카오메이커스 입점을 고민하고 있던 차량 인테리어 소품 제조업체 B대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카카오메이커스가 직접 만든 상품을 다른 회사 상품과 함께 팔면 아무래도 PB 상품 판매에 더 신경을 쓰지 않겠냐”고 말했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메이커스는 “공동주문 시스템”이라고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와 제조업체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주문을 먼저 받고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는 재고부담을 줄일 수 있다. 홍보 효과도 있다. 소비자는 평범한 공산품 대신 소규모 제조업체의 개성 있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이곳을 찾는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이달 중순 PB 제품을 공식적으로 내놓고 있다. ‘메이커스 프라임’이라는 PB 브랜드를 도입해 여성용 청바지를 내놓았다. 카카오메이커스는 PB 상품은 당분간 의류만 내놓겠다고 밝혔다. 다른 제품을 PB로 내놓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의류 외에도 여러 생활용품을 PB로 판매하는 이유를 묻자 카카오메이커스 관계자는 “카카오메이커스가 직접 제품 기획 단계에 참여해 제조업체와 공동 기획하는 제품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또 이렇게 만든 제품이 다른 사업자의 상품과 제품군이 겹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이런 상품들을 모두 PB 상품이라고 하는 건 억울하다는 견해다. 제조사와 공동 기획하는 제품인 만큼 단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드는 PB 제품(메이커스 프라임)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웹페이지에 제품이 더 노출되는 등의 특혜도 없다고 했다. 영세한 제조사와 공동 기획으로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을 지원해주는 식으로 상생에도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카카오메이커스에 물건을 팔고자 하는 제조업체들은 판매금액의 20% 이상을 수수료로 낸다. 경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경쟁사가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는 카카오메이커스라면 경쟁은 더 어려워진다.
소비자들은 톡톡 튀는 제품들을 구매하기 위해 카카오메이커스를 찾는다. 카카오메이커스가 제조업자의 신뢰를 잃는다면 이곳으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발길도 뜸해질 수 있지 않을까.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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