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운데서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25일)를 지켜본 국민들은 혀를 내두른다. 부동산정책을 책임져야 할 장관이 다주택자인 데다 딸 부부에게 ‘꼼수 증여’한 뒤 다시 월세로 그 집에 계속 사는 것을 아무 문제없다고 여길 국민이 있을까 싶다. 세간에 다주택자들이 전문가와 상담할 때 “국토부 장관 후보자처럼 하면 되느냐”고 묻는다는데, 그가 장관이 되면 투기대책이 제대로 먹힐지 의문이다.
세금 탈루와 위장전입은 이제 ‘장관 자격요건’이 된 것 같다. 한 달 새 세 차례나 위장전입한 후보자, 장관에 낙점되자 허겁지겁 밀린 세금을 낸 후보자도 있다. 그러면서 자료 제출도 부실해 ‘송곳 검증’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비리에는 진영이 따로 없다’는 얘기를 새삼 실감케 한다.
아무리 의혹이 제기돼도 “송구하다” “반성한다”며 청문회 하루만 넘기면 그만인 게 지금의 인사청문회다. “군복 입고 쇼” “감염된 좀비” 같은 막말·욕설로 학자의 품격을 의심받은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어제 청문회에서 “사과한다”며 자세를 낮추고, 논란을 빚은 과거 기고·발언에 대해선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며 넘겼다. 하지만 그의 본심이 무엇인지 더 검증할 방법이 없다. 설사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그냥 임명하면 장관이 될 것이다.
청와대는 스스로 정한 인사기준에 미달하는 인물들을 내세우고, 제기된 의혹에는 “이미 다 검증했다”고 강변해 논란을 자초했다. 청와대 눈높이가 국민 눈높이와 다르면 다를수록 독선과 오만으로 비치게 마련이다. 보통의 국민이면 장관 후보자들의 탈법·편법·일탈 행위 중에 어느 하나도 겁이 나서 못한다. 장관 후보자들은 스스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국민들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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