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김명옥씨의 사진전 '목(木)소리'가 대구광역시 중구 서성로 DCU갤러리에서 27일부터 4월2일까지 열린다. 20년 가까이 줄곧 담백하고 간결한 흑백 사진작업을 이어온 김씨는 이번 9번째 전시회에서 수묵화의 느낌이 더욱 풍부해진 작품 21점을 선보인다. 과거 작품들과 같이 겨울 나무를 찍은 것이지만, 붓으로 한지에 그릴 때 생기는 농담(濃淡)의 차이를 사진에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이런 효과를 위해 김씨는 한 장의 흑백 필름에 피사체를 여러 차례 담는 다중촬영 기법을 사용한 뒤, 한지에 사진을 인화했다. 작가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지만 이런 작업을 통해 수묵화가 보여주는 미세한 농도의 차이를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양평 2018'은 하나의 나무를 두 차례 촬영하고 이어 물의 표면을 담은 작품이다. 나무의 명도가 여러 단계로 표현 됐고 물 표면의 일렁임이 더해져, 환상적인 분위기 마저 느낄 수 있다. 그림보다 더 그림같은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김해 2017'은 하나의 나무를 여러 차례 중복해 담은 것이다. 피사체가 겹치는 정도에 따라, 농도가 달라져, 붓으로 정교하게 그려 놓은 것 같다.
나무 줄기 부분을 다중촬영한 '양평 2017'은 한폭의 추상화같다. 짙고 옅은 음영들이 조형미를 갖추고 있다. 소나무를 촬영한 '춘천 2017'은 짙은 소나무 줄기, 흐린 하늘, 잔가지들이 조화를 이뤄, 동양적 기개와 단아함을 함께 보여준다.
김씨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적 서정을 나타내려 했다"며 "숲을 거닐며 촬영하는 것은 예술적 작업이며 동시에 자연 속에서 내면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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