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100명 넘은 'LG 의인상'

입력 2019-03-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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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 논설위원


[ 홍영식 기자 ] 지난해 5월 타계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사회 공헌에 대한 철학은 남달랐다. 살신성인의 자세로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된 의인(義人)들에게 적극 지원에 나섰다. 2013년 4월 바다에 뛰어든 시민을 구하려다 희생된 경찰 유가족에게 5억원의 위로금과 자녀 3명의 학자금을 지원했다. 2015년엔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로 다리를 잃은 병사 2명의 치료를 위해 10억원을 내놨다. 다른 사례도 많다.

구 회장의 사회 공헌에 대한 철학의 뿌리는 조부인 구인회 LG 창업주의 독립운동 자금 지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 창업주는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돕는 데 거액을 희사했다. “기업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복리를 먼저 생각하고, 나아가서는 나라의 백년대계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창업주의 정신은 2015년 9월 ‘LG 의인상’ 제정으로 이어졌다.

의인상 제정 취지는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평범한 사람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상을 받은 의인은 다양하다. 군인과 경찰, 해양경찰, 소방관 등 제복을 입은 공무원에서부터 크레인·굴착기·택시·택배 기사, 선원, 중·고·대학생 등 우리 사회의 평범한 이웃들을 아우른다. 모두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얼굴도 모르는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친 ‘숨은 영웅’들이다.

의인상 시상식은 따로 없다. LG복지재단 측이 수상자가 있는 생업 현장 또는 유족들을 직접 찾아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수상자와 유족들이 시상식장까지 찾아오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서다.

의인상 수상자 중 상당수는 상금을 기부해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여객선 표류 현장에서 승객을 구한 여수해경 구조대 소속 해경 5명은 장학재단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화재 현장에서 주민 구조 중 다친 최길수 소방관은 신혼여행을 가는 대신 모교인 계명대에 500만원을 장학금으로 전달하는 등 후속 선행 사례가 많다.

LG복지재단이 추격전까지 벌여 납치 여성을 구출한 퀵서비스 기사 서상현(29)·구영호(30) 씨, 화재 차량 안에서 만취 상태로 잠들어 있던 운전자를 구조한 최철화(60)·김종규(48) 씨 등 4명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한다고 그제 발표했다. 이로써 의인상 제정 약 3년 반 만에 104명째 수상자가 나왔다.

LG복지재단에 따르면 수상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누구나 그 자리에 있었으면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세상이 살 만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이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인들이 더 많이 나오고, 이들을 응원하고 축복하는 문화가 더 확산되길 기대한다.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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