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골드가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 일상의 순간들이 있다

입력 2019-03-28 15:20  

2019 고객감동 영상광고

커피 부문 광고선호도 TOP 3
(1) 동서식품 모카골드
(2) 롯데칠성음료 칸타타
(3)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일상을 찍는다는 건 영상을 다루는 사람들의 소망 중 하나다. 우리가 쉽게 ‘일상’이라고 부르는 평범한 순간들은 대개 카메라 바깥에서 숨을 쉰다. 마음까지 쨍해지는 새벽 달빛은 좀처럼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다. 얼굴을 씻어주는 이른 새벽 차가운 공기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빌딩 숲 사이로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와 바쁘게 걷는 사람들의 호흡을 온전히 전달하는 게 가능할까.

드라마나 영화 속 세계는 만들어진 이야기다. 그곳엔 놀라운 사건과 흥미로운 상황들로 가득하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일상 속 풍경은 그곳에 자리 잡기 어렵다. 일상이란 대개 비어 있는,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을 시간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또 이야기 속 시간 감각과 일상의 시간 감각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다. 이야기 속에선 사람들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지만 실제 우리 일상 속에선 교통수단에 몸을 맡긴 채 가만히 있어야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 속에서 일상 속 기억을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마법을 발휘하는 영상도 있다. 그 비결은 언제나 그렇듯 단순한 곳에 있다. 잘 듣고, 잘 보고, 제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사건이 아니라 상태를 포착하는 것. 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 광고는 이 원칙을 영상으로 충실히 구현해 일상 속 온기를 전한다. 광고는 “이 아침 어떻게 맞고 계신가요. 따뜻한 커피처럼 여유롭게 시작하고 계십니까”라는 가수 이현우의 라디오 멘트로 시작해 일상에 쉼표처럼 찍힌 순간들, 분주한 아침과 함께했던 순간들, 짧지만 선물 같은 여유를 선사한 순간들이 차례로 펼쳐진다. 어스름 해가 비치기 시작하는 한강다리, 차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장면을 광고는 ‘익스트림 롱쇼트’로 잡아냈다. 그 안에서 비치는 한강 풍경은 그야말로 아침 이미지라 할 만하다.

다음 장면에선 이른 아침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타고 있는 여성이 등장한 뒤 뜨거운 김을 뿜어내는 주전자가 클로즈업된다. 원경과 근경을 이어 붙인 이 장면은 절묘한 호흡으로 아침 풍경들을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라디오를 듣는 사람 손에도, 부스 안에서 라디오로 말을 거는 이현우 손에도 모두 커피가 들려 있다. 각자 다른 장소에 있지만 아침과 커피를 하나의 경험으로 묶은 것이다. 뒤이어 출근길 분주한 모습들이 차례로 비친다. 빌딩 사이로 들이치는 햇살, 머리를 넘기는 출근길 여성, 파란 신호등, 출근길 직장인들의 분주한 발소리. 모두의 아침 풍경들이다. 귀대버스를 기다리는 것 같은 훈련병 손에 들린 모카골드 박스를 보고 있자면 절로 웃음이 난다.

아침 출근길 풍경에 이어 광고는 모카골드가 아니면 존재할 수 없었던 일상을 화면 속에 빼곡히 채워 넣는다. 새벽을 여는 시장 사람들, 아이들 축구경기를 응원하는 부모들, 열심히 회의 중인 커리어우먼, 시장 한편에 있는 한복 가게에 들른 시집가는 딸과 엄마, 바다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 늦은 시간 학원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 이들 손엔 모두 커피 한 잔이 들려 있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마치 파도를 타듯 커피 한 잔과 직관적으로 연결하는 영상은 보는 이의 입꼬리를 올라가게 만든다. 티 내지 않고 슬며시 스며든 커피의 향기는 일상의 온도를 1도 정도 올려주는 기분이 들게 한다.

1분 남짓한 이 광고는 무언가를 번잡스럽게 설명하거나 억지로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커피가 함께할 수 있는 순간들을 성실하게 모아 차례로 보여줄 따름이다. 구태여 줄거리를 가진 이야기를 만들지 않은 이 영상의 파노라마는 거꾸로 놀라운 부피로 다가온다. 시청자들이 각자 경험한 시간들을 영상 속에서 발견해 다시 자신만의 추억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명 유튜버의 커피 먹방, 원고 마감 도중 커피 한 잔과 함께 잠시 쉬는 유명 웹툰 작가를 슬쩍 끼워넣은 재치도 귀엽다.

광고는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도 변하지만 항상 변하지 않는 가치로 일상 속에 함께 있는, 모카골드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 순간들을 담담히 비춘다는 점에서 어느 광고보다 큰 울림을 가진다.

송경원 < 영화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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