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부문 광고선호도 TOP 3
(1) KT (2) SKT (3) LG유플러스
광고에선 선박 화재 사고가 발생한다. 긴급한 구조 요청이 해양경찰 3005함에 전달된다. 해경이 출동 준비를 한다.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 급박하다. 광고인지 현장 영상인지 분간할 수 없는 긴장감이 화면 밖까지 전해진다. 곧 장면이 전환된다. 익숙한 얼굴, 이국종 교수다. 화면에 그의 모습이 나오자 비로소 안도가 된다.
1분56초짜리 이 광고는 긴장의 고조와 해소라는 단순 구조로 이뤄져 있지만,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먼저 국민의 안전을 지킴으로써 그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는 해경과 권역외상센터의 헌신적인 구조 활동을 조명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국가 재난안전망 구축을 위해 힘쓰는 KT의 기술 발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부한 설명 대신 배경, 인물들의 표정, 사이렌 소리와 헬기의 비행음, 구조 현장의 전문 용어들을 상징 언어로 활용하면서 단순한 내러티브에 많은 함의를 담아낸다. 광고를 본 시청자들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고 평하는 것도 고도로 압축된 내러티브의 힘 덕분이다.
이 광고가 한 편의 영화라면, 영화 속 주인공은 이국종 교수다. 대개 광고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홍보가 목적이므로 ‘자화자찬’이 되기 쉽다. 하지만 KT는 자신들 대신 이국종 교수를 전면에 내세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에토스(ethos)’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에토스는 말하는 이의 신용도를 의미한다.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파토스(pathos)와 로고스(logos), 그리고 에토스가 필요한데, KT의 ‘대한민국을 위한 오늘의 기술’ 광고는 이 세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첫째, 불안과 두려움, 기대와 안도감 등 시청자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공감이 파토스에 해당한다. 둘째, KT 5G 기술의 필요성이 당위적 ‘논리’를 구성하면서 로고스를 충족시킨다. 셋째, 이 파토스와 로고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메신저’로 이국종 교수가 나서면서 에토스가 완성된다. 같은 말이라도 말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청자가 받아들이는 결과는 천양지차다. 이국종 교수가 한결같이 걸어 온 삶의 궤적이 에토스를 이뤄 설득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이 보트에 타고 또 헬기에 오른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에게 닿기까지 사람의 힘으로는 넘을 수 없는 험난한 장벽이 너무도 많다. 광고 영상 속 사고 현장은 해무로 인해 시야가 1000m 이하로 나오고 기상악화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이빙 벨’에 기대를 걸어야만 했던 아픈 기억들이 다시 떠오른다. 그런데 그때 스카이십이 공중을 비행하며 통신망을 복구하고 열화상 카메라로 조난자 수색을 돕는다. AR 원격지원 서비스는 중증외상환자의 상태를 권역외상센터에 실시간 고화질 영상으로 전송해 의료진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최소한의 응급처치를 가능케 한다.
KT 5G 기술의 도움을 받아 현장에 도착한 이국종 교수가 레펠을 타고 헬기에서 강하한다. 영상은 줄 하나에 의지해 망망대해로 내려가는 이국종 교수의 모습을 항공촬영을 통해 원경으로 처리한다. 배경음악과 어우러지며 숭고함이 극에 달하는 그 장면은 광고의 클라이맥스다. 구조 헬기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이국종 교수의 얼굴에 묻은 피는 인간애와 헌신, 생명성의 뜨거운 상징이 된다.
의술이 인술(仁術)인 것처럼 기술도 인술이어야 한다. KT의 5G 기술은 사람을 살리는 인술을 지향한다. 이 광고는 인술로서의 기술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위한 오늘의 기술’임을 역설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그 ‘사람을 향하는 마음’에 공감한 것이다.
이병철 < 시인·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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