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대변인까지 투기질"
[ 박재원 기자 ] ‘청와대의 입’으로 불리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진)의 ‘재개발 지역 고가 부동산 매입’ 논란이 거세다. 김 대변인은 “전세 생활을 하고 싶지 않았다”며 투기가 아니라 실수요 투자라고 해명했지만 청와대 핵심 참모가 문재인 정부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결혼 후 30년 가까이 집 없이 전세 생활을 했고, 작년 2월부터 청와대 관사에서 살고 있다”며 “청와대에서 물러나면 집도 절도 없는 상태여서 집을 산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7월 배우자 명의로 은행에서 10억2000만원을 대출받는 등 16억여원의 채무를 떠안고 서울 흑석동에 39년 된 복합건물(주택+상가)을 25억7000만원에 구입했다.
논란이 된 것은 해당 지역이 재개발 예정 지구라는 점과 김 대변인이 임명 전에 살고 있던 전셋집의 보증금 4억8000만원까지 털어넣으면서 청와대가 제공한 관사에서 임대료를 내지 않고 살았다는 점이다. 김 대변인이 건물 매입가의 20%를 전세 보증금으로 조달하면서 국유재산인 청와대 관사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대변인이 사실상 24시간 언론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서울 거주와 상관없이 관사 입주가 이뤄졌다고 설명했지만 과거 정부에서는 이 같은 전례가 없었다는 점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김 대변인이 건물을 산 지역은 작년 5월 롯데건설이 재개발 사업을 수주한 ‘흑석뉴타운 9구역’으로 2022년 새 아파트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재개발 시 아파트 두 채와 상가 혹은 큰 평형의 아파트 한 채와 상가를 배정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구입했다. 구입 시점도 지난해 7월로 정부가 과열되던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던 때다.
김 대변인은 “재개발이 완료되면 아파트와 상가를 받아 팔순 노모를 모시고 상가 임대료로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투기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의 이 같은 해명에도 ‘내로남불’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줄곧 “내집 마련의 짐을 국가가 나눠지겠다”며 국민의 전 생애를 돌보는 포용국가를 핵심 정책으로 앞세워왔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 핵심 참모가 노후 불안과 내집 마련 부담 탓에 이번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88만원 세대’를 쓴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는 이날 “청와대 대변인도 결국 개인사로 돌아오면 상가 임대 소득으로 노년을 설계하게 된다는 점이 기분을 씁쓸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 3당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토투기부 장관’ 후보자에 걸맞은 ‘투기 대변인’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도 “김 대변인의 절묘한 재테크를 보면서 국민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며 “다주택자는 한 채만 남기고 집을 팔라고 하면서 정부 고위직은 뒷구멍으로 부동산 증식에 열을 올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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