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로 확 기울어진 '낡은 불균형', 제대로 토론해보자

입력 2019-03-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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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27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 과정에서 노조 단결권 강화에 맞춰 사용자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경영계는 “노동관계법령이 사용자 손발을 묶고 있는데 노조 힘만 키울 ILO 핵심협약만 비준하면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경사노위 논의를 거쳐 국회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98호) 등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면 해직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합법화되고, 공무원과 교사 파업이 가능해진다. 해직자가 노조 간부로 활동하면서 임금 협상에 관여할 수 있게 돼 ‘정치 파업’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노조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성 노조의 위세가 대단하다. ‘노동 존중’을 내세우는 정부·여당 내부에서조차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조는 기득권 세력이 된 지 오래다. 일부 노조는 임금인상을 위해 툭하면 생산라인을 멈춰 세우고, ‘철밥통 대물림’을 위한 고용 세습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ILO 핵심 협약만 비준하면 노사관계가 기울어지다 못해 ‘뒤집힌 운동장’이 될 판이다. 오죽했으면 경영자단체들이 참다못해 공동으로 입장문을 내놨겠는가.

‘노사관계 선진화’는 문재인 정부는 물론 역대 정부들도 풀지 못한 시급한 과제다. 악명 높은 한국의 갈등·대립적 노사관계를 협력·타협적 관계로 전환하는 게 관건이다. 노사가 힘의 균형을 통해 상생적 관계를 형성해야 가능한 일이다. ‘노조할 권리’에 맞춰 ‘기업할 권리’를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달라는 경영계 호소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상생적 노사관계를 말하려면 ILO 핵심협약 비준에 앞서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경영계 요구를 우선 논의하는 게 순서다. 선진국 중 한국은 파업 시 대체근로자 투입이 금지된 거의 유일한 나라다. 일상이 된 사업장 점거 파업 역시 외국에선 엄격하게 통제된다.

노사가 어제 열린 경사노위에서도 ILO 핵심협약 비준에 합의하지 못했다. 경사노위는 내달 초까지 추가 논의를 벌이다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국회를 통한 비준 작업에 들어갈 태세다. 시한을 정해 놓고 ‘동의하지 않으면 강행하겠다’는 자세는 균형 있는 조정자의 모습이 아니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노동관계법령이 노사 양측에 공평해야 한다. 정부는 노사가 법 테두리 내에서 서로 존중하도록 조정자 역할을 다해야 한다. 노동계에 귀 기울이는 만큼 경제계에도 열린 자세로 다가가서, 노사관계 이슈들을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ILO 협약을 둘러싼 논란에서 무엇이 국민 경제와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인지 진지하게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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