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정기주주총회가 '예상대로' 마무리됐다.
조양호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이번 주총 안건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일반결의 사항(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이라서 반대 진영이 기대하던 이변은 일어날 수 없었다.
행동주의 펀드인 KCGI 등이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과 함께 반대표를 힘껏 모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다만 석 대표의 결격사유 등 주총 전 제기된 논란 등은 현재진행형이다. 내년 주총까지 한진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한진칼은 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제6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 안건과 사외ㆍ사내이사 선임안 등을 차례로 처리했다. 석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참석 주주 찬성 65.46%로 통과됐다. 반대표는 3분의 1(34.54%)가량 나왔다.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조양호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약 29%, 2대주주인 KCGI가 10.7%, 국민연금이 7.3%로 3대 주주다.
한진칼 주총에 앞서 열린 대한항공 주총장에서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좌절된 탓에 이번엔 '조양호 최측근'으로 알려진 석 대표에게로 시선이 온통 향했다.
석 대표는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이사ㆍ상무를 거쳐 2008~2013년 한진 대표이사, 2013~2017년 한진해운 사장을 맡았다. 이 가운데 한진해운에서의 대표 경력이 석 사장의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 연임 반대 진영에서 목소리를 높여왔다.
한진해운은 과거 파산한 곳으로, 석 대표가 '기업가치를 훼손시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이 같은 이력을 지적하며 석 대표의 연임에 '반대 의견'을 주주에게 권고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석 대표는 2014년 3월 한진해운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2016년 9월까지 대표이사 사장으로 한진해운 경영을 이끌었다"며 "하지만 한진해운은 2017년 2월17일 파산 선고함으로써 기업가치에 훼손을 받았는데 당시 한진해운 인수 이후 파산 직전까지 회사를 경영한 대표로서 석 사장의 책임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진해운 파산의 경우 글로벌 해운경기 침체라는 커다란 이유가 있더라도 파산 계열사 이사였다는 책임에서 석 대표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날카로운 지적 사항이다.
한진칼 주총장에선 표대결 이후 "진짜 승부는 내년부터다"란 주주발언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조양호 회장과 아들 조원태 사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반란을 목격했다면 한진칼의 내년 주총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석 대표의 '결격사유'가 여전히 주주들 사이에서 논란거리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동안 행동주의 펀드인 KCGI는 더욱 세를 늘려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이 '진짜 문제'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주체는 행동주의 펀드도, 소액주주들도 아니라 '한진그룹'이어야 하지 않을까.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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