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더딘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低금리, 증시에 호재…투자 지속
애플, 콘텐츠 시장 진출엔 회의적
[ 김현석 기자 ]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이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침체로 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침체 징후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았다.
버핏 회장은 28일(현지시간)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 경제의 성장 속도가 느려진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둔화에 가까운 어딘가로 가고 있지만 그 이상(침체)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회사인 벅셔해서웨이가 소유한 철도회사인 BNSF를 예로 들며 “경기 둔화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일부 데이터는 날씨 등 계절적 요인에 의해 왜곡됐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2.2%(연율 기준)에 그친 데 이어 올 1분기엔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 국채 시장에서도 금리지표 벤치마크인 10년물 수익률이 2017년 12월 이후 최저인 연 2.3%대로 떨어져 경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3개월물 국채 금리가 10년물보다 더 높은 수익률곡선 역전이 발생하면서 향후 1~2년 내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버핏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둔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까지의 성장 경로가 뒤집어진 건 아니다”며 “경제는 더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낮은 금리는 증시에 좋다”고도 했다. 더 나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증시가 자연스레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침체를 경고하는 신호가 있다 해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애플이 지난 25일 발표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애플이 성공하는 걸 보고 싶지만, 한두 번의 실수는 감당할 수 있는 회사”라고 했다. 버핏은 “시청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은 하루 몇 시간으로 제한돼 있다”며 “이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매우 큰 경쟁자들과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애플 지분 5.5%를 갖고 있다.
차량공유서비스 기업인 리프트의 기업공개(IPO)와 관련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젊고 성공적인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놓치게 될 위험이 있지만, 입증되지 않은 회사에 투자해 실패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IPO 시장에 참여한 건 1950년대 포드 상장 때가 마지막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상장한 리프트의 공모가는 주당 72달러로 결정됐다. 기업 가치가 240억달러 이상이다.
한편 버핏은 아이폰이 아닌, 삼성전자의 구형 폴더폰(SCH-U320)을 쓰고 있다. 그는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빌려줬는데 돌려주는 걸 잊어버렸다”고 농담했다. CNBC는 버핏이 쓰는 삼성 폰은 이베이에서 20~30달러대에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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