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앱 이용자 6만5000명 뿐
일평균 호출도 9000건 불과
[ 임현우/김남영 기자 ] “깔긴 했는데…. 그쪽을 통해 들어오는 콜은 많지 않아요. 거의 다 카카오지, 뭐.”
개인택시기사 서모씨는 ‘티원택시’를 쓰는 손님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헛웃음을 지었다. 티원택시는 지난 2월 전국택시연합회, 전국개인택시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이 내놓은 택시호출 앱(응용프로그램)이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카카오T(옛 카카오택시)’의 독점을 깨겠다는 취지를 내걸고 등장했다.
4개 택시단체는 앱 개발사인 티원모빌리티에 5%씩 지분을 투자했고, 전국 기사들에게 “카카오T를 지우고 티원택시만 쓰라”고 조직적으로 독려했다. 이 때문에 출시 초반 ‘반짝 주목’ 받았지만 이내 승객과 기사 모두의 관심권에서 멀어져가는 분위기다.
쉽지 않은 ‘카카오 대항마’의 꿈
31일 티원모빌리티에 따르면 티원택시 승객용 앱은 약 6만5000건, 기사용 앱은 약 7만7000건 설치됐다. 승객보다 기사가 더 많이 쓴다는 얘기다. 티원택시를 통한 호출은 하루 평균 8000~9000건을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T에 가입한 택시기사가 23만 명을 넘고, 하루 평균 호출이 150만 건 안팎임을 감안하면 격차가 크다.
문진상 티원모빌리티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대기업과의 직접 경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다만 “도(道) 단위 콜센터들과 연동하고 교통 약자 수송 기능을 강화하는 등 특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뛰어난 기능과 디자인으로 ‘시장의 선택’을 받으려 하기보다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일방적으로 보급하는 데 치중했던 택시단체들의 낡은 전략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티원택시는 차량을 부르는 기본 기능은 갖췄지만, 카카오T에서 많이 쓰이는 요금 자동결제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또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고 버튼만 누르면 가까운 택시를 배차하는 ‘원터치 콜’ 방식을 내세웠지만 일선 택시기사 사이에서 “목적지가 안 보여 너무 불편하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승객들이 고객센터에 전화해도 먹통인 날이 많았다.
‘협회 앱’ 줄줄이 고전하는 이유
직능단체 주도로 개발된 이른바 ‘협회 앱’들이 고전한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음식배달, 숙박예약, 부동산 매물정보 등의 업종에서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하나같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수수료 폭리’에 맞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배달음식업협회가 2014년 선보인 음식배달 앱 ‘디톡’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과 달리 광고비와 수수료가 없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골목식당들의 호응이 신통치 않았다.
IT업계 관계자는 “선발주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 사업의 특성도 있지만, 치열한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민간 앱에 비해 만듦새가 너무 조악했다는 게 최대 패착”이라고 꼬집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지난해 1월 의욕적으로 내놓은 ‘한방’은 그래도 꾸준히 잘 돌아가는 축에 든다. 하지만 직방, 다방, 네이버 부동산 등을 넘어서진 못하고 있다. 협회가 한때 중개업소들에 한방에만 매물을 올리도록 강제해 잡음이 일기도 했다.
대한숙박업중앙회는 지난해 ‘이야’라는 숙박예약 앱 개발에 나섰다. 숙박업소들이 야놀자, 여기어때 등에 내는 수수료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추진했으나 정식 출시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협회에서는 앱 개발이 단체장의 ‘치적사업’ 격으로 방만하게 추진돼 회비만 낭비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O2O 기업들과 직능단체들이 소모적 대립을 반복하기보다 신뢰를 쌓고 현실적인 상생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임현우/김남영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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