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난 '내비게이션 퍼팅'
"그린 위 좋은 느낌 이어갈 것"
[ 이관우 기자 ] 박인비(31·사진)의 ‘내비게이션 퍼팅’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 지난 28일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IA클래식(총상금 180만달러)에서다.
박인비는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 골프클럽(파72·6558야드)에서 열린 이 대회 3라운드를 5언더파 67타로 마쳤다. 버디 7개를 잡고 보기 2개를 내줬다. 3라운드 합계 14언더파(68-67-67)를 기록한 박인비는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를 1타 차 2위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통산 2승의 하타오카는 17번홀(파5)까지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잡아내며 박인비와 공동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18번홀(파4)에서 박인비가 5m짜리 버디 퍼트를 홀에 집어넣어 2위로 밀려났다. 통산 1승의 티다파 수완나푸라(태국)가 12언더파 단독 3위로 박인비를 뒤쫓고 있다.
박인비는 지난해 3월 뱅크오브호프파운더스컵에서 투어 통산 19승을 거둔 뒤 1년 동안 우승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3개 대회에서 2위 두 번을 기록한 게 최고 성적이다.
이번 대회에선 퍼팅이 두드러진다. 박인비의 올 시즌 평균 퍼팅 수는 29.63으로 전체 44위. 초반 통계이긴 하지만 2007년 투어 데뷔 이래 가장 나쁜 수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사흘 동안 모두 28개를 넘지 않았다. 3라운드에선 26개에 불과했다.
박인비는 3라운드를 마친 뒤 “샷 일관성과 퍼팅이 잘 맞아떨어졌다”며 “특히 후반홀 퍼팅이 좋았다”고 말했다. 3번홀(파3)과 8번홀(파5)에서 나온 2개의 보기에 대해 그는 “포아애뉴아 잔디에선 종종 나올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러 종의 잔디가 섞인 포아애뉴아 잔디는 오후로 갈수록 잔디의 성장 속도가 불규칙해 그린 곳곳이 울퉁불퉁해지는 게 특징이다. 퍼팅을 아무리 잘해도 엉뚱한 방향으로 공이 굴러가곤 한다.
박인비는 “그린 위에서의 느낌이 좋아 내일도 이런 느낌을 이어가도록 할 것”이라며 “페어웨이와 그린을 지키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박인비가 우승하면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25승)에 이어 두 번째로 LPGA투어 20승 이상 달성자가 된다.
2라운드까지 박인비와 공동 선두를 달렸던 박성현(26)은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11언더파 공동 4위로 뒤처졌다. 전반에 더블보기(3번홀)와 2홀 연속 보기(5번, 6번홀)를 내줘 4타를 잃고 시작하더니, 이후 6개의 버디를 쓸어 담아 분위기를 바꾸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홀에서 보기 한 개를 더 내줘 힘이 빠졌다. 통산 2승을 기록 중인 허미정(30)이 이날 이 대회 한 라운드 최소타 기록인 10언더파 62타를 쳐 박성현과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11번홀(파3)부터 17번홀(파5)까지 7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낸 그는 “후반홀 버디가 계속 이어질 때 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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