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성의블로소득] 가상화폐 '거래추적' 하겠다는 검찰, 거래소는 망설이는 까닭

입력 2019-04-01 09:14  

자율규제 솔선했다가 혹만 붙인 경험 있어
GDPR 문제 등 협회 의지 대신 각자도생 분위기




“검찰 방침의 필요성은 있다고 보지만 무조건 응하기엔 여러 문제가 있어요. 법무팀에서 검토 중입니다.” “지금도 요청이 오면 제공하고 있어요. 다만 시스템적으로 거래 자료를 모두 넘기는 방식으로는 협조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검찰이 최근 가상화폐(암호화페) 지갑 주소 조회시스템 개발을 주문한 데 대한 업계 반응이다.

검찰이 한국블록체인협회에 보낸 공문대로 시스템이 개발되면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보다 손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해당 시스템은 자금세탁 등이 의심되는 거래가 발생하면 암호화폐 지갑 주소가 어느 거래소에 속하는지 조회할 수 있다. 기존에는 한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수사할 경우 국내 다수 거래소들에 공문을 보내 어떤 거래소 지갑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거래소들은 해당 주소의 자사 지갑 여부를 확인해 당국에 답변해왔다.

암호화폐 지갑 주소 조회시스템 개발 추진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어떤 통신사의 전화번호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특정 지갑 주소가 어느 거래소 소속인지 알아보기 위한 시스템”이라며 “공문을 보내고 영장을 청구해 자료를 제출 받는 번거로운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거래쌍을 실시간 감시한다는 의도는 아니다. 일차적으로 거래소만 파악한 뒤 추가 정보 요청은 기존 절차를 준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업계는 이 조회시스템이 암호화폐 사기 등 범죄 억제에 도움을 줄 것으로 봤다. 블록체인 기반 보안위협 감지 플랫폼 센티넬프로토콜의 구민우 컨트리매니저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결과적으로 수사기관이 참여하는 암호화폐 자금세탁방지(AML) 체계가 가동되는 셈”이라며 “이를 토대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해외 FIU에 협조요청을 할 경우 해외 거래소로 암호화폐를 빼돌려도 계좌동결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국 협조엔 망설이는 분위기다. 종전에 자율규제를 했다가 '혹'만 붙이는 결과를 냈던 경험 탓이다. 블록체인협회는 지난해 7월 자율규제안을 바탕으로 거래소들을 심사해 결과를 발표했다. 자율규제를 통해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신규계좌 발급이 가능해질 것이란 게 블록체인협회의 구상이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번에도 거래소 인정, 제도권 진입 등 '반대급부'는 없을 전망이다.

거래소들은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지갑 주소 정보를 수사기관에 임의 제공하는 것도 부담을 느낀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문이나 영장을 받아 자료를 제출하는 것과 수사기관이 임의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상시 제공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위반 소지도 있어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EU 시민이 이용할 경우 국내 거래소도 EU GDPR 적용 대상이 된다. 위반시 연 매출의 4%까지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미 기존 금융권 AML 업체들을 통해 해당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암호화폐 거래소 대상 시스템 개발은 처음이므로 개발 업체들도 암호화폐 지갑 주소 처리와 블랙리스트 관리 등이 쉽지 않다는 후문.

암호화폐 구조를 잘 아는 거래소들의 협력 없이는 사실상 시스템 개발도 어렵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시스템의 구체적 형태에 따라 거래소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만큼 신중히 판단할 방침”이라고 했고,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협회 회원이라고 해서 개별 거래소가 모든 사안에 동조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언급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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