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IT과학부 기자) “피타고라스가 저희 집에서 과제하다가 흘린 연습장입니다. 몇 문제 안 풀어서 상태 좋고요….” “아서왕이 맡기고 간 엑스칼리버입니다. 집에서 몇 번 휘둘러봤는데 층간소음으로 항의가 들어와서 판매합니다.”
1일 국내 최대 중고거래 카페인 네이버 중고나라에 올라온 ‘놀라운’ 매물들이다. 물론 실제 존재하는 중고상품은 아니다. 중고나라가 만우절을 기념해 이날 하루 동안 개최한 ‘전국 이색 매물 자랑’에 응모한 판매 글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200여명이 참여한 중고나라 만우절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포르투갈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 등의 친필 사인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한글로 휘갈긴 트럼프 싸인이 30만원,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적힌 호날두 싸인은 25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달걀 사진을 올려놓고 ‘미개봉 박혁거세’라며 3000만원에 판매하거나, “동네 야구에서 내가 기록한 2018 시즌 200호 홈런볼”이라며 정체불명의 사인볼을 등록한 네티즌도 있었다. 또 “경기 분당에서 비밀리에 제작 중”이라는 초대형 까치로봇, “헐크가 사용한 것”이라는 립밤 등 재치 있는 만우절 매물이 몰리고 있다고 중고나라 측은 전했다.
유승훈 중고나라 미디어전략실장은 “중고나라는 1초에 3건, 하루 23만건 이상의 중고상품과 수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곳”이라며 “단순한 중고거래를 넘어 중고거래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아내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나라는 응모자 중 34명을 뽑아 경품을 줄 예정이다.
2100만명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한 중고나라에는 ‘중고로운 평화나라’라는 별명이 붙었다. 워낙 많은 거래가 이뤄지다보니 사기꾼이나 별난 사람도 많아 네티즌들이 ‘중고나라는 평화롭다’고 반어법으로 표현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중고나라 측은 이 별명을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마케팅 요소로 적극 활용하며 ‘정면 돌파’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 (끝) / tardi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