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의 이쉬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전투기 젠(J)-11 4대가 전날 오전 11시 해상 군사분계선에 해당하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다. 대만 공군은 초계 비행 중이던 경국호(IDF) 2대를 긴급 파견해 대응했다. 4대의 젠-11 전투기 중 2대는 경국호의 경고 통신을 듣고 돌아갔지만 나머지 2대는 대만 상공에서 10분간 대치했다. 당시 젠-11 전투기와 대만 본섬과의 거리는 185㎞에 불과했다.
대만은 관련된 모든 부처를 동원해 중국을 강력 규탄했다. 대만 국방부는 지역 안보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황충옌 총통부 대변인은 “국제적 책임의 결여와 지역 안전에 대한 고의적인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전투기를 동원한 중국의 이번 무력 시위는 최근 미국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와 대만의 미국 전투기 구매 등 미국과 대만 간 밀착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미국 해군이 보유한 이지스 구축함 커티스 윌버함과 연안경비대 소속 버솔프 경비함(4500t급)은 올 들어 세 번째로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대만에 록히드마틴에서 제작한 F-16V 전투기 60대를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 전투기가 대만 인근 상공에서 정찰을 벌인 적은 많지만 중간선을 넘은 것은 이례적이다. 가장 최근 사례인 2011년의 경우 인근의 미국 정찰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투기 2대가 불가피하게 중간선을 넘었고 중국 측은 곧바로 잘못을 인정했다.
이번엔 중국의 태도가 다르다. 중국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를 통해 “대만해협 중간선은 하나의 심리적 선일 뿐 중국에선 이를 인정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양안(중국과 대만) 해군과 공군이 넘지 않는 ‘묵계’가 지속됐지만 이를 위해선 양안 관계의 정치적 기반이 유지돼야 하고 대만도 외부 세력과 기존의 수준을 뛰어넘는 연계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것이 전제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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