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동욱 기자 ]
현대백화점그룹의 올해 중요한 경영화두 중 하나는 경영투명성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배당 규모를 늘리면서도 신사업 진출과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자금과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날로 불확실해지는 경영 환경을 고려해 오너 일가의 책임 경영도 강화하는 추세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2일 주주총회에서 정지선 그룹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오너 일가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현대그린푸드와 현대홈쇼핑 대표를 맡았지만 현대백화점에선 미등기 임원으로 있었다. 기업 의사결정 과정도 개선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주총에서 이사회 산하에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설치했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등과의 내부 거래를 감시하고 경영진의 경영 성과 평가와 보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정기 주총에서 2018회계연도 배당금을 전년(69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린 183억원으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주주들에게 “앞으로 3년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성향을 13% 이상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 구체적인 중장기 주주 환원을 확정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다른 계열사들도 주주 환원 규모를 늘리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2018년 주당 배당금을 전년(100원) 대비 약 세 배로 인상한 290원으로 결정했다. 2014년 이래 4~5%대에 머물던 배당 성향은 단번에 14.9%까지 상승했다.
기업 가치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다양한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과 손잡고 ‘미래형 유통매장’을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세계 최초의 무인 자동화 매장인 ‘아마존 고’의 기술 등을 채택해 국내에 무인 슈퍼마켓, 드론(무인 항공기)을 활용한 식음료 배달 등 방안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0년 하반기 여의도 파크원 빌딩에 개점하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에 아마존의 첨단기술을 적용한 매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현대IT&E는 지난해 말 서울 역삼동에 국내 최대 규모 가상현실(VR) 체험장인 ‘VR 스테이션 강남점’을 열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도 꾀하고 있다. 백화점과 아울렛을 중심으로 한 현대백화점그룹의 포트폴리오는 업황 변동성이 크지 않고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지만 성장성이 높지 않은 ‘전통산업’ 중심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신성장동력을 찾고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2012년 패션기업 한섬과 유통 가구업체 리바트, 2017년 SK네트웍스의 패션 사업부를 인수했다. 가구사업에서는 건자재 기업인 한화L&C를 인수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15년 신규 법인을 설립해 첫발을 내디딘 렌털 사업도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며 순항하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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