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300만원 이하의 소액신용대출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고금리에다 대출 액수가 적은 소액신용대출이 '계륵'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저축은행의 높아진 대출 문턱에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4분기 말 소액신용대출 규모는 769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16억원(15.5%) 감소했다. 3년 전인 2015년 말(1조1092억원) 대비 30% 넘게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총대출액을 보면 이 같은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저축은행의 총대출은 작년 4분기 말 59조1426억원으로 1년 전보다 7조9264억원(15.4%) 성장했다. 최근 3년 사이 23조5598억원(66.2%)이 불었다.
가파른 대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들이 소액신용대출을 줄이고 나선 까닭은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함이다.
통상 300만원 이하의 소액신용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이용해 일반 신용대출보다 부실채권 발생률이 높다. 급하게 빌려 쓴 만큼 제때 갚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 A씨는 "소액신용대출은 부실채권 발생률, 연체발생률이 높은 반면에 대출금액은 적어 고위험·저수익 상품으로 꼽힌다"며 "저축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보수적으로 강화해 공급이 점차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인 또 다른 배경에는 정부의 고금리 대출 규제가 있다.
금융당국은 2017년 저축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5~7% 이내로 관리하도록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도입했다. 이어 작년 2월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기존 27.9%에서 24%로 내렸다. 연 20% 이상 고위험대출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50% 추가 적립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중금리 대출은 제외하고, 고금리 대출을 규제해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유도하고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저축은행은 중금리 대출을 늘렸지만, 대출 심사를 함께 강화하면서 도리어 저신용자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소액신용대출도 고금리 대출 억제 차원에서 뒤로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들은 대부업과 사금융 등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발길을 돌린다. 업계 내부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종사자 B씨는 "소액신용대출은 기본적으로 대출이 있는 사람들, 연체 이자를 내기 위한 대체상환 목적이나 생활자금이 필요한 취약차주들이 주로 이용한다"며 "2금융권의 대출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정부의 정책금융 상품으로 넘어가는 게 가장 좋지만, 대개는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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