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훈 생활경제부 기자) 쿠팡의 ‘로켓와우’ 새벽배송을 최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24일 밤 10시께 처음 주문한 ‘프레시지 우삼겹 순두부찌개(605g·6980원)’와 ‘미래원 리코타치즈 샐러드(160g·3900원)’는 25일 새벽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30일 잠들기 전 결제한 ‘Only Jeju 농협 진지향(1.5kg·1만3350원)과 ‘농협 대저 짭짤이토마토 팩(800g·1만1730원)’은 그 다음날 아침 집 현관문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지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속도로 배송이 이뤄진다면 ‘마트나 재래시장에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엄청난 배송 스피드와 편리함. ‘아침으론 뭘 먹을까’라는 고민을 일거에 해결해주는 로켓와우 서비스의 폭발적인 인기를 ‘직접 해 보니’ 실감할 수 있었지요.
맛은 또 어땠을까요? 아주 좋았습니다. 순두부찌개는 출근길 속을 든든하게 채워줬고, 샐러드도 3900원을 지불할 정도의 품질이었죠. 진지향과 대저토마토는 어느 곳에서 구입한 과일과 비교해도 신선도와 맛이 뒤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1일 세 번째 주문에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그 날은 저녁 자리에서 술을 조금 마신 터라 다음날 아침 속풀이를 위해 순두부찌개를 다시 주문했습니다. “국을 한 솥이나 끌여 놨는데 왜 또 쿠팡에 주문을 하는 것이냐”는 아내의 타박을 받아가면서~.
‘우째 이런 일이…’ 아침에 눈을 뜨고 현관 문을 열었는데,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문자 메시지를 확인해봤습니다. 첫 주문 때는 현관 문 앞에 상품이 놓여 있는 사진까지 첨부해 보내줬었는데, 이번엔 지하 주차장에서 들어오는 공동 현관문 앞에 ‘순두부찌개’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에 내려가서야 물건을 가져올 수 있었죠. 시간이 여의치 않아 순두부찌개는 다음날 먹기로 했지요.
이전 두 차례의 주문에선 집 현관 문 앞까지 ‘무사히’ 배송됐던 먹거리가 왜 이번엔 지하 2층에 있었던 것일까요.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보니 비슷한 경험을 한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문 앞까지 제품을 받지 못해 잠옷 바람으로 지하 공동현관문까지 내려갔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더군요. 많은 댓글 중에 “공동현관 출입번호를 입력하면 그런 일이 없을 겁니다”라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실제로 쿠팡 앱에 들어가 ‘주문/결제’를 클릭해 보니 ‘문 앞’ ‘직접 받고 부재 시 문 앞’ ‘경비실’ ‘택배함’ ‘그 외 장소(계단 및 옥상)’ 등 5가지 선택사항이 있었습니다. 그 아래엔 공동현관 출입번호를 입력하는 곳도 있었고요. 주문할 때 이 번호를 기입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됐지요.
그렇다면 첫 번째와 두 번째 주문한 상품은 어떻게 집 현관문 앞까지 올 수 있었을까요. 쿠팡에 물어봤습니다. “아파트 같은 라인의 다른 집에서 주문한 내역에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기입돼 있었거나, 아파트 관리실 근무자가 배송기사의 호출 버튼에 문을 열어줬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주문한 순두부지깨가 지하 2층에 놓여 있었던 건 배송기사가 공동현관문 앞에서 ‘아파트 관리실’ 호출 버튼을 눌렀지만, 답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장실에 갔거나, 잠시 졸았을 수도 있겠지요.
호출에도 답이 없자 정해진 시간에 배송물량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배송기사는 아마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그냥 물건을 두고 떠났을 겁니다. 민도가 많이 높아져 그런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혹시 누가 가져가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쿠팡 측은 “분실 사실을 알려오면 다음날 같은 상품을 다시 배송해 준다”고 하네요.
쿠팡의 새벽배송 상품이 집 현관 문 앞에 놓일 수 있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번호를 알려주는 걸 좀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렇다면 상품이 배송될 때 아파트 관리실에서 일하는 근무자들이 ‘정위치’하고 있을 것를 기대해야 합니다. 일부 아파트에선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기사에게 출입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주는 곳도 있다고는 합니다만.
어떤 경우에도 쿠팡 새벽배송의 완성(mission completed)은 아파트 관리실에 달린 셈이라고나 할까요. (끝)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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