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51%…여야 '아전인수'
與 "경남FC 유세 사건 등으로
젊은 여권 지지층 투표장으로"
[ 박종필 기자 ]
여야가 경남 창원 성산, 통영·고성에서 치러진 4·3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급격히 총선 모드로 전환할 태세다. 각 당 지도부는 단 두 곳에서 치러진 ‘미니 선거’임에도 매일같이 현장을 방문해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내년 총선에 앞서 ‘몸풀기’ 행보를 보였다. 여야 지지세가 팽팽하게 맞붙는 부산·울산·경남(PK)에서 기선을 잡는 것이 다음 총선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두 곳 모두 투표율 51.2%
선거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각 당은 이날 유세가 금지된 투표 당일임을 감안, 국회로 돌아와 차분하게 선거 결과를 지켜봤다.
PK 민심 풍향계가 될 이번 선거에서 승부를 가를 결정적 변수는 투표율이다. 지난달 29~30일 이틀간 치러진 사전투표는 투표율이 14.37%로 역대 재보선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본 투표일인 3일 투표율은 경남 창원성산 선거구와 통영·고성 선거구 모두 51.2%를 기록했다.
여야는 높은 투표율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젊은 층 투표가 의외로 많아 투표율이 낮지 않다. (퇴근시간대인) 저녁이 되면 더 오를 것으로 본다”며 “자유한국당의 각종 논란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반영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당의 경남FC 경기장 유세 물의, 정점식 한국당 후보 측근의 기자 매수 의혹 등 사건이 잇달아 터진 것이 여권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불러냈을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반면 한국당은 창원을 중심으로 한 경남지역의 어려운 경제 현실이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펴 높은 투표율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국민은 이번 보궐선거를 문재인 정권 중간평가로 보고 적극적인 한 표를 행사한 것”이라며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이 총출동해 투표의 중요성을 알리려 노력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격전지’로 떠오른 PK
21대 총선이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 경남이 여야가 거세게 맞붙는 최대 승부처라는 점에서 정치권은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고 뛰어들었다.
특히 한국당은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황교안 대표 취임 후 치러진 첫 선거라는 점에서 ‘황교안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무대였다. 황 대표는 선거기간 창원에 숙소를 마련해 상주하며 선거를 직접 지휘하는 등 사활을 건 선거전을 펼쳤다.
경남은 한국당이 지난 19대 국회 때까지 석권했던 지역이지만 20대 총선부터 민주당과 정의당이 대대적으로 약진한 지역이다. 그나마 통영·고성은 이군현 전 한국당 의원이 20대 총선 당시 라이벌 없이 무투표 당선된 만큼 한국당으로서는 ‘텃밭 중 텃밭’이지만 양문석 민주당 후보의 추격세가 거셌다. 반면 정의당 지지층인 노동계 지지세가 강고했던 창원 성산에서는 강기윤 한국당 후보가 여영국 정의당 후보에게 맞서 1 대 1 구도를 형성하며 선전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보수 성향이 강한 경남지역에서도 창원·김해 등 중대형 도시에서는 노동자 표심을 흡수한 여권이 우위를 점해 왔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한국당이 보수세력 결집에 성공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다시 경남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여야 모두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PK지역에 대한 총선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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